영어속독--영어속독, 나도 가능할까?
앞서 정규 교육을 마친 2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영어속독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그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
이 책에서 설정한 영어속독의 기본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친 20대 이상 성인으로
* 한글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 꾸준하게 한글 독서를 해왔으며
* 영어 공부는 3~4년 이상 경력으로
* 고등학교 수준의 기본 영단어를 암기하고 있고
* 토익 5~600점, 분당 50~50단어의 리딩 속도를 가진 사람
위와 같은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원서 읽기를 방해하는 세 가지 문제 중 두 가지를 기본으로 해결하고 있다. 즉, 이미 암기한 고교 수준 기본 어휘를 통해 리딩에 필요한 어휘를 확장할 수 있고(어휘력 문제 해결), 한글 독서를 통해 글에 대한 이해력과 두뇌 조건도 갖추고 있다.(관습적 영상 문제 해결).
따라서 나머지 요소인 ‘한글과 영어의 생각을 조립하는 방식차이’만 해결한다면 원서 읽기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영어를 조립하는 문제는 약 100시간, 2,000페이지의 ‘이미지 리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이미지 리딩에 대해서는 이후 자세히 다룰 것이다.)
정규 교육을 마친 20대 이상 성인이 영어속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성인들은 이미 축적해둔 공부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적된 공부량을 활용해서 영어를 조립하는 훈련에만 집중하면, 분단 150단어의 리딩 속도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문법에 약하거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영어속독이 가능할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3~4년 이상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온 사람이라면 분당 150단어의 리딩 속도는 누구에게나 약속된 잠재적 속도이다. 이 잠재된 속도를 억누르고 있던 장애물만 정확히 알고 제거한다면, 원서 리딩 속도는 자연히 빨라진다.
영어속독을 방해하는 세 가지 영어 습관
분당 150단어가 우리에게 잠재된 속도지만 ‘기존 공부 방식’으론 잠재력이 발휘되기 힘들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영어 습관들 때문에 이 잠재력이 억눌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영어속독을 방해하는 이런 습관들을 면밀히 둘러보자.
습관 1: 영어를 한글로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이중번역 습관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은 영어를 한글로 바꾸는 이중번역 습관이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영어 문장을 주어/동사로 나누고 관계대명사/절을 분해하며 하나씩 한글로 번역한다.
이런 이중번역 습관은 ‘영어--> 한글 --> 뜻’ 세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리딩 속도가 매우 느려지고 힘도 많이 든다. 더욱이 문장이 길어지기까지 하면 일일이 분석해 뜻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한 한글로 직역은 되는데 전체적으로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 일쑤다.
이중번역 습관은 원서 속독의 가장 큰 적이다. 우리가 한글 독서를 할 땐, ‘한글--> 뜻’ 두 단계 밖에 거치지 않는다. 영어도 마찬가지로 ‘영어-->뜻’ 두 단계를 거쳐야만 한글 책처럼 원서를 읽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영어-->뜻’ 두 단계만 거치면서 영어를 읽을 수 있을까? 다음 장의 How to Read의 원칙에서 그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습관 2: 읽을 가치가 없는 토막글 중심의 읽기
영어 속독을 방해하는 또 다른 습관은 읽을 가치가 없는 토막글 중심의 읽기 습관이다.
그간 우리가 읽는 영문이라 봐야 시험을 위한 단문 정도였다. 좀 더 수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자신문이나 “Time”을 들춰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읽기의 공통점은, 내용 자체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단지 영어 공부란 명목으로 리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는 토막글들을 영어 공부란 명목으로 조금씩 읽어봐야 영어 실력을 쌓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원서를 읽을 대 중요한 건 영어 그 자체보다 ‘글과 읽는 이 사이의 궁합’이다. 즉, 반드시 그 원서를 읽어야 한다는 강력한 필요성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잘 알면서도 당장 절실히 필요한 내용들을 골라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영문을 골라 읽는 데 너무 서툴다. 여러분이 요즘 읽고 있는 영문들을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영어 교과서, 학원 교재, 토익 문제집, 어려운 영자 신문이나 잡지들. 정말 즐기면서 읽고 있는가? 아니면 별로 재미없지만, 공부는 원래 없는 것이니까 그냥 읽고 있는가?
원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선,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또 우리를 열정으로 활활 불타오르게 하는, 그런 내용의 원서만 철저히 골라서 읽어야 한다. 5장의 What to Read의 원칙은, 여러분을 흥분시키는 원서를 찾고 선택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습관 3: 영어 학습법만 찾아 헤매는 습관
우리 주위에서 영어 학습법 사냥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군가 영어 시트콤 보기를 추천하면 며칠간 <프렌즈>에 빠져 있고, 또 누군가 영어일기 쓰기가 좋다고 하면 다시 며칠간 영어일기에 매달린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누구누구 영어 성공기’같은 영어 학습법들도 그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이 습관에 빠지면 영어 학습법은 줄줄이 꿰고 있는데 정작 영어는 못하는 이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이걸 나무라기만 할 수도 없다. 영어 학습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사실 영어를 잘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성공적이었던 영어 학습법이 나한테는 별 효과 없이 시간 낭비로만 끝나버리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학습법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도 정작 영어실력은 제자리걸음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시도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은 학습법의 결함이나 학습자의 끈기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이유들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학습자마다 판이하게 다른 '러닝 스타일(Learning Style)' 때문이다.
Learning Style이란 학습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데, 사람마다 배우는 방식이 전혀 다르며 자기에 맞는 러닝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맞게 공부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러닝 스타일은 영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어 고수의 책을 읽고 무작정 따라 한다고 똑같은 효과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 그 사람과 당신은 러닝 스타일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러닝 스타일에 따라서 효과적인 공부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6장 Learning Style의 원칙에서는 나의 러닝 스타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러닝 스타일에 따라 영어 공부방법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 장을 읽으면 왜 어떤 학습법은 효과 있는 반면 어떤 학습법은 효과가 떨어졌는지, 그리고 나에겐 어떤 공부방법이 효과적일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또한 6장에서는 러닝 스타일이 영어속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자세히 다룬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