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법--협상과 설득에도 반복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강렬하게 공부하다
줄곧 당혹스러웠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 자신의 젊음이나 미숙함은 물론 그 이상으로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기억이 바로 재무성이라는 조직의 강렬함이다. 재무성이라는 직장은 사회인 1년차로서는 강렬한 신고식이자 새로운 배움의 터전이었다.
일례로 재무성에는 ‘3할 타자’라는 용어가 있다. 알다시피 원래는 야구에서 타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재무성에는 3할 타자라는 용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재무성에서의 3할은 한 달에 야근으로 300시간을 채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3할 타자라는 말은 한 달에 300시간 이상 야근을 하는 직원이라는 의미가 된다.
“이번 달에도 3할 찍었어.”
“그럼 정신없었다는 그 일도 거의 자리가 잡힌 모양이네.”
이러한 대화가 예전 재무성에서는 심심치 않게 들렸다고 한다. 한 달의 총 근무 시간이 아니라 야근으로만 300시간이라니 믿어지는가? 장시간 노동이 문제시되고 있는 오늘날에 그 정도로 일하는 직장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일을 하는지 궁금해질 수 있는데, 이유는 바로 일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본의 국회 회기 중 재무성을 포함한 가스미가세키 일본 정부청사의 중요한 업무는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는 이른바 ‘국회 답변’의 대응이다. 국회 답변은 정부 관료가 직접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다음 날의 질문 내용을 청취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업무가 시작된다. 보통 국회의원의 질문 청취는 정부 관료 중에서도 중견급 이상의 관리직이 해야 할 정도로 베테랑의 업무이다. 국회의원과 대화를 주고받다가 뭔가 실수라도 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량이 넓은 것인지 일부러 어려운 일을 맡기는 것인지는 몰라도 재무성에서는 국회의원의 질문 청취가 신입사원의 역할이었다.
청취해온 질문에 대해 국회 답변을 어느 부서에서 자성해야 하는지가 또 매우 중요하면서도 분쟁이 생기는 문제이다. 이때 서로 이해가 대립하는 부서간의 조정 역시 신입사원의 업무이다. “저쪽 부서에서 맡는다고 할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는 엄명을 받고 자리를 뛰쳐나왔던 기억이 있다.
상대 부서가 일을 맡아줄 때까지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 보니 그 부서로 가서 어떻게든 맡아달라고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이런저런 수로 이유를 대가면서 흥정과 간청으로 교섭했다. 그렇게 호된 분쟁을 치르고 담당 부서가 정해져야 겨우 국회 답변이 작성되다 보니 이미 그 시점에서 장시간 노동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재무성이라는 곳은 이제까지 배워 왔던 것과는 다른 공부가 요구되는 직장이었다.
반복된 노하우와 기술은 성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나는 ‘교섭술’이라는 기존 방식과 다른 공부법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노하우를 입력했다. 우선 상대 부서와 우리 부서 양쪽과 관계된 업무가 있을 때, 어느 부서도 성가신 업무는 맡고 싶지 않다는 전제하에 담당 부서의 결정은 그야말로 교섭 자체에 달려 있다. 처음에는 상대 부서가 더욱 그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는 논리로 설득을 시도한다. 그러나 생대 역시 같은 이유를 제시하며 의논이 평행선을 그리는 때도 비일비재하다
이때는 교섭형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 “어제 국회 답변은 저희 부서가 맡아서 작성했었죠.”라는 패를 보이고, “저희 부서에서 질문 두 개를 맡을 테니까, 그쪽 부서에서도 질문 두 개를 맡아주셨으면 해요”라고 교환 조건을 내미는 식이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한다면 업무 시간이 더욱 늘어나 수면 시간도 사라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상황이 빠듯하다 보니 교섭은 진지해진다.
자신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서 어떤 조건을 이끌어내야 하는가. 반대로 상대는 무엇을 원하고, 이쪽에서는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가. 수면 부족 상태인 머리로 열심히 고민해서 발견한 이 해답들은 이윽고 교섭의 스킬과 노하우가 되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하는 동안에 좋든 싫든 교섭술은 발전해갔다.
사회에 나온 후에 반복을 통해 하나의 스킬을 몸에 익혔다. 책상 위 공부뿐만 아니라 반복하고 지속함으로써 획득해가는 공부가 사회에서도 중요했다. 이 사실을 일깨워준 재무성은 소중한 배움의 터전이기도 했다.
☞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협상 모두 필요하다
☞ 반복은 책상 위 공부뿐만 아니라 나만의 노하우를 입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