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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치는 교수<21>

리첫 2021. 2. 17. 22:52

 

잘 가르치는 교수<21>

 

진정한 '수업평가'를 위한 6가지 과제<4>

 

여섯째, 비정규직 교수를 동참시켜야 한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2006학년도 1학기 말에 기초교양과정에 대해 강의평가를 실시했다.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학생들은 전임교수, 기금교수, 초빙교수, 명예교수, 전임강사, 시간강사 가운데 시간강사의 강의가 가장 만족스럽다.”고 평가해 충격을 주었다.

 

시간강사는 15개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전임강사, 3위는 명예교수와 초빙교수가, 꼴찌는 학과 전임교수가 차지했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에게 과목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 문항에서도 학과 전임교수들의 강의에 최하위 점수를 주었다. 좋은 대우를 받는 역순으로 강의평가가 좋게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다.

 

MBC ‘뉴스데스크’ 2008122일 방송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중 전임교수를 규정대로 채용한 대학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연세대나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이 그나마 80% 수준이고, 대부분 60% 수준이며, 심지어 5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으로 비전임 교원수는 134천 여 명으로, 전체 교원 숫자의 65%에 해당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들 중에서 시간강사 같은 비전임 교원 비중이 3분의 2를 넘어선 것이다. 전국의 시간강사는 7만여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의 희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서울대의 경우처럼 품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시간강사들의 근무 여건은 대단히 열악하다. 사실상 조교의 장학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강사료, 그나마 연속 4학기가 되면 한 학교에서 계속 강의를 할 수 없는 현실, 강의평가가 좋아도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대우 등으로 수업 품질 향상에 적극 동참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대학의 가치를 함께 이뤄간다는 점에서 이들은 교수의 동반자적 관계에 있다. 대학이 수업 품질을 높이는 데, 전체 교원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동참은 필수적이다. 이들을 제외한 채 35%만의 수업 품질 향상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학교내 발언권이 없다. 학교당국은 시간강사들이 혹시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더 좋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 학교에 와서 쉬거나 수업 준비를 할 공간이 마땅찮다.

* 학교에 수업 관련 자료 등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찮다.

* 주차장, 도서관 등 시설 이용이 불편하다.

* 교수를 위한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 조교 지원을 안 해준다.

* 4학기가 되면 출강을 중단시킨다.

* 학생들로부터 탁월한 수업평가를 받는 경우, 인세티브를 주기는커녕 다른 강사로 교체를 하는 살례가 있다.

* 다음 학기에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안내해 주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 강의 자리를 구하거나 다른 * * 학교와 시간을 미리 조정하기가 어렵다.

* 전임교수들이 꺼리는 수업을 맡긴다.(대규모 수업, 수업태도가 나쁜 1학년 수업 등)

* 편리한 시간은 전임교수들이 먼저 차지하고, 불편한 시간을 배정한다.

*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거나, 수업의 틀을 바꾸기 위해 건의할 창구가 없다.

* 수업을 위해 학교 측에 지원을 요청할 통로가 마땅찮다.

 

비전임 교수 중에는 필자처럼 전문 분야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전임교수의 꿈을 키우며 헌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대학 수업의 한 축은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대학이 정말 수업의 품질을 높이고싶으면, 이들의 동참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평가가 우수한 비전임 교수들에게 전임교수 임용시 특정을 준다면 대학의 수업 품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