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자유교육<101>
2. 자유학교의 이모저모
1) 린델서 자유학교(Lyndelse Friskole)
우리가 린델서 자유학교를 방문한 날 눈이 많이 내렸다. 그곳은 1873년 설립된 무척 오래된 학교로 15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토바 선생님이 눈을 치우고 계셨다. 그녀는 우리를 안내해 주신 에게디우스 교수의 부인으로 이 학교에서 29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6년 전에 정년퇴임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다시 그곳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열쇠를 받았다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정년 이후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토바 선생 또한 자기가 재직했던 학교에 와서 청소나 교사들의 수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녀는 “저는 꿈의 직장을 가지고 있어요. 정년이 지난 지금도 수시로 학교에 나와서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고 여러 모임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기도 하죠.” 하면서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보였다.
에기디우스 교수는 공립학교를 방문한 소감을 묻고 공립학교와 자유학교 간에 경쟁적인 관계는 없냐는 질문에 갈등이냐, 협동이냐, 경쟁적 관계냐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학교와 공립학교 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유학교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1961년 어느 날 린델서 자유학교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공립학교가 들어섰어요. 학부모들은 새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그곳에 입학했지요. 낡은 건물에서 운영되던 자유학교 학생들은 자꾸 줄어들었어요. 그러다 학생이 35명밖에 안 남게 되었죠. 그러자 자유학교 학부모들이 모여 과연 이 학교를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60년대 접어들어 덴마크에 현대화된 학교가 생겨나면서 자유학교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당시는 학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고요. 그 당시 다른 학교들처럼 현대화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두고 진지한 토의가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는 덴마크에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었고, 학교가 자리한 오덴서는 국가 산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엔지니어 같은 산업 일꾼들이 빠르게 유입되던 시기였어요. 과거에는 농업 인구가 대다수였는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구 구성이 많이 달라졌지요. 이런 변화 속에서 자유학교는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새로 지역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1870년대에 지은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처음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학생 수도 증가했고 하견도 9학년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실제로 공립학교와 자유학교 사이엔 다소 경쟁적인 면이 있어 보였다. 결국 같은 지역 아이들을 서로 자기네 쪽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셈이니까. 또 지금부터 50~70년 전에는 공립학교와 자유학교 학생들 간에 알력도 있었고 마을에서 부딪치면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공립학교 교사 중에 자녀를 자유학교에 보내는 사람도 있단다.
같은 지역에 있는 공립학교와 자유학교는 스포츠 센터 사용 등 협의할 일도 많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장이나 대표자들 간 대화로 조율하고 있다. 이전에 7학년 이상은 대부분 공립학교로 진학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
문: 공립학교를 비교해서 자유학교 아이들의 학업성취는 어떤가요?
답: 자유학교 아이들에게 공립하교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이도록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라는 것은 지나친 압력일 수 있어요. 하지만 자유학교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어도 학업수준에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졸업생을 놓고 비교해 보자면 교과 지식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자유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8학년이나 9학년 때 일반 공립학교로 전학을 갔을 때 관계를 맺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자유학교의 경우 분위기는 훨씬 가족적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특히 사내아이들 사이에선 거친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 점을 가장 어려워했습니다. 자유학교 선생님들은 항상 열려 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이 질
문을 해결하러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문: 자유학교가 더 나은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답: 간단치는 않은데 그건 이를테면 일상의 수업과정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어떤 과제를 주고 그 결과물로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을 도와주려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점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아예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서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을 집에서 해오도록 지도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닙니다.
문: 현재 정부가 공립학교와 자유학교에 끼치는 영향은 어떠한가요?
답: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특이한 점은 피사 결과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려는 경향입니다. 정치가들은 덴마크 학생들이 수학과목에서 뒤지고 있다는 보고를 토대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합니다. 최근 이런 논쟁 속에서도 다행스럽게도 공립학교 교사를 포함한 다수의 여론이 정부의 의견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룬트비의 땅에 있는데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하면서 말이에요.
문: 9학년을 마치면 하게 되는 평가의 주체는 누구이고 방식은 어떤지요?
답: 자유학교도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기는 합니다. 학부모들에게 학업성취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이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평가 문항의 출제는 교육부에서 하는데, 문제은행 방식으로 지방교육청에서 교사들이 선택하도록 합니다. 평가는 1년에 한 번 합니다. 자유학교는 시험을 보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우리 학교는 공립학교와 같이 시험 보는 것을 선택했어요. 학생들은 시험에 익숙지 않아 예비시험을 한두 차례 봅니다. 교육은 순간순간 변화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이 다르게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교육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시험을 보면 모든 과정이 시험 볼 내용을 중심으로 처음부터 결정될 수밖에 없지요. 교육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전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험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문: 공립학교와 비교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어떠한지요? 그리고 예산 사용의 자율성은 어떤지요?
답: 거의 비슷한데, 자유학교는 국가지원금을 조금 덜 받는 편입니다. 운영의 자유를 위해 서이지요. 예산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사 인건비는 두 학교가 비슷하고, 아주 미세한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