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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라"가 왜 말빨이 안먹히나?

리첫 2013. 10. 11. 12:18

 

#1 '공부 열심히 하라'는 부모의 말은 왜 자녀들에게 먹히지 않는 걸까.

부모의 권위가 부족해서? 부모 본인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서?

생각해보면 둘 다 이유가 아니다. 강압적 권위를 내세워 공부를 강요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가방끈 긴 부모라 해도 자녀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건 매한가지다. ...

진짜 이유는 '경험의 저주' 때문이다.

#2 책 '스틱'에 따르면 학자들의 말은 지식의 저주 때문에 어려워지게 된다.

학자들에게도 지금 본인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다만, 그들이 오랜 시간 연구를 해 오면서 그 말들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일 뿐이다.

문제는 학자들이 올챙이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들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자신의 저서를 읽는 독자들이 과거 자신이 그러했듯 배경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린다. 본인이 이해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 가정해 버린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소통에 단절이 생겨나는 현상, 이것이 '지식의 저주'다.

#3.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후회 끝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삶을 통해 체득한 값진 교훈인 만큼 자녀들과 어떻게든 나누려 애쓴다.

하지만, 자녀들에겐 그 교훈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전 경험이 없다. 그들에게 부모들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경험에 의한 통찰을 비 경험자에게 전할 때에도 '지식의 저주'와 같은 소통의 단절이 생겨난다.

#4. 경험의 저주는 교훈의 토대가 된 경험을 공유해야만 깰 수 있다.

'공부해야 한다'는 교훈은 자녀들의 머릿속에 부모의 경험을 시뮬레이션해 주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배경 경험을 심어줄 수 있다. 교훈이 담긴 부모의 삶을 '스토리'로 풀어 전해주거나, 자녀와 함께 교훈을 향한 가상의 미래를 시뮬레이션 해 보면 된다. 마치 이휘재의 인생극장처럼.

가상의 경험이라고 그 효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 책 스틱이 소개하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상만으로도 실제 경험이 주는 학습효과의 2/3를 얻어낼 수 있다고 한다.

#5. 직장 상사로서, 사회 선배로서, 부모로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나누려 한다. 그러면서 교훈의 배경이 된 이야기들은 싹 잘라버린다. 그래서는 '꼰대'라는 반응밖에 나오지 않는다. 교훈을 나누려 한다면, 배경 경험을 먼저 나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