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맞짱뜨기--봄철 알레르기 예방법
콧물만이 아니라 인체 곳곳에서 분비되는 점액은 인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은 외부의 이물질로부터 눈을 방어하고, 침 역시 소화효소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소화 기관을 감싸서 보호한다. 논에 쉽게 띄지 않지만 귀나 피부에서도 점액이 나와서 일차적인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점액의 성분으로 봐도 그 방어적인 역할은 충분히 이해된다. 면역 세포인 비만 세포,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면역 글로불린, 수명이 다 지난 생체 분자를 분해하는 라이소좀 효소 등이 점액에 포함되어 있다.
콧물을 예로 들어 점액의 기능을 살펴보자. 기본 콧물과 반응성 콧물로 나뉘는데 쉽게 말하면 기본 콧물은 뮤친(mucin)이라는 진득한 성분이 든 기름기 섞인 콧물이고, 반응성 콧물은 재채기나 감기 이후 쏟아지는 맑은 콧물을 떠올리면 된다. 기본 콧물은 하루에 1리터가 넘게 분비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황사 현상이 한창일 때 콧물을 동반한 재채기, 눈-입-귀가 가려운 알레르기성 비염이 왜 나타나는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갑자기 많은 양의 먼지 입자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점액의 방어 기능이 한계에 이르면서 신경 말단이 자극을 받게 된다. 바로 이런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알레르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황사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답도 바로 점액에 있다. 더 많은 먼지 입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점액의 분비를 촉진하거나, 코에 점액 역할을 할 수 있는 외용제를 발라 주면 알레르기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황사 알레르기에 대한 한의학적 처치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다.
한의학에서 콧물의 분비를 관장하는 것은 신장이다. 오미자를 쪼개보면 돼지 콩팥처럼 생긴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신장을 자극하는 데는 오미자가 제격이다.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 중 으뜸은 신 맛이다. 신맛이 침을 고이게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오미자는 신장을 자극해 점액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알레르기 비염에 처방하는 소청룡탕에도 오미자가 들어간다.
그럼, 부족한 점액을 대신할 외용제로 무엇이 좋을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바로 꿀, 참기름이다. 꿀은 인체에서 윤활유처럼 작용한다. 꿀은 입에서는 침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입속 염증 치료에도 사용한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과 염증 치료에효과가 있다. 많은 임상 결과를 보면, 콧속에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꿀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질환이 호전된다. 임상에서는 꿀 대신 살구씨 기름을 사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살구씨의 따뜻한 기운이 멈춰 있는 이물질을 움직이게 해 준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살구씨 기름을 코에 바르면, 점액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염증 질환에 효과가 있다.
이처럼 황사의 예방에는 점액, 특히 코에서 나오는 콧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평소 항사 알레르기로 고생했다면, 다음 봄부터는 옛사람의 지혜가 담긴 오미자차, 꿀, 살구씨 기름 등으로 대비해 보자. 화려한 봄을 잔인한 봄으로 만드는 항사 알레르기, 알고 보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