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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속독 왜 해야 하나--Speaking의 시대

리첫 2016. 3. 10. 13:06

Speaking의 시대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Spoken English, 즉 듣기-말하기를 이용한 방식이다.

 

15~20년 전만 해도 ‘문법 중심’의 Test 영어가 기세등등한 시절이었다. 외국인도 주변에 거의 없었고 외국에 나가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기에 문법 중심의 영어가 영어를 공부한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점차 시대와 사회가 변해 주변에 외국인도 늘어나고, 어학기 같은 다양한 수단도 생기면서 문법 중심의 영어는 설 자리를 잃는다. 문법만으론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주장했다.

 

말하지 못하는 영어는 죽은 영어다!

무엇보다 발음이 중요하다!

영어는 원어민에게 제대로 배워야 한다!

 

바야흐로 Speaking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Test 중심 영어가 책상 앞에서 혼자 하는 영어였다면 Speaking 중심의 영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어였다. 외국인 앞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내뱉으면 주변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효과는 탁월해 보였다. 영어 Test들에 듣기의 비중이 높아졌고 영어 회화 학원들이 급증했으며, 듣기를 이용한 학습을 주창한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는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소리를 이용한 영어의 핵심은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사람들은 영어에 노출되기 위해 돈을 퍼붓기 시작했다.

 

영어회화는 기본이고 1~2년의 어학ㅇ녀수와 교환학생은 필수 코스가 됐다. 너나할 것 없이 필리핀, 캐나다, 호주, 영국, 미국으로 떠났고, 이제 영어를 쓰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는 한국 사람들로 넘쳐난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강사들로 넘쳐난다. 외국인 강사들에겐 보수 좋은 한국이 천국이다.

 

한편 정점에 다다른 Speaking의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고수 집단이 있으니, 바로 조기 영어 교육과 조기 유학으로 무장된 세대들이다. 유창한 영어. 원어민급 발음. 대기업 임원들도 토종 박사들도 외국에서 5년 정도 살다 온 아이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들은 영어가 특별할 것이 없는, ‘영어 기본 세대’인 것이다.

 

베테랑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하나같이 ‘요즘 치고 올라오는 것들은 영어의 레벨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진짜 레벨이 다른 ‘영어 기본 세대’들은 아직도 직장생활을 시작도 안했다. 이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향후 5~7년 내에도 지금 우리가 하는 영어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을까?

 

영어 학습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좀 억울하다. 치고 올라오는 이 세대들보다 Speaking 실력이 떨어지는 건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지 어려서 외국에 나가 살면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도 새벽에 눈 비비며 회화 학원 다닌 게 몇 년인데, 살다 와서 잘 하는 세대들 앞에 왜 한없이 초라해져야만 하는 걸까? 단지 기회와 환경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 아닌가?

 

하지만 억울해도 그들보다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그리고 못하면 경쟁에서 밀려난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은 잔인하기만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