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속독--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읽는다<1>
영어속독--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읽는다
원서를 선택할 땐, 자신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모국어 신경망과 관습적 영상을 원서 리딩에 재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모국어 신경망의 재활용
잘 알고 있다는 것은 해당 내용을 목구어로 읽고, 듣고, 쓰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읽고, 듣고, 쓰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모국어 언어회로(뉴런과 시냅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잘 발달된 모국어 신경망을 재활용하면 보다 빠른 속도로 원서 리딩이 가능해진다.
앞서 오솔길의 예로 돌아 가보자.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원서를 읽는 것은 숲속의 오솔길을 처음 만드는 것과 같다. 새로운 정보도로를 머릿속에 건설하는데, 그것도 영어를 이용해 건설하기 때문에 힘들고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잘 알고 있는 주제를 원서로 읽는다면 새롭게 정보 도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미 모국어를 통해 길을 건설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잘 닦아놓은 길을 빠르게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단지 한글이 달리던 깃을 영어가 대신 달리면 된다.
앞의 예처럼, 앨빈 토플러의 원서를 읽는다고 해보자.
이미 한글로 앨빈 토플러의 글을 읽어봤고 많은 생각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앨빈 토플러가 사용하는 문체나 개념, 사상들에 대해선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국어를 통해 갖춰둔 이런 사전지식 덕분에 원서를 읽을 때 이해가 매우 수월하고 단어와 문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원서가 어렵기는커녕 ‘아, 그 말은 영어로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며 원서 읽기의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관습적 영상
잘 아는 분야의 원서를 선택해야 하는 다른 이유는 ‘관습적 영상’ 때문이다.
관습적 영상이란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이미지들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배경지식’이나 ‘스키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 How to Read의 원칙에서 ‘단어는 이미지’라고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관습적 영상은 이와 관련된다. 같은 단어를 봐도 사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다. 각자가 겪은 경험과 축적한 지식에 따라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잘 알고 있고 경험해본 분야의 단어라면 풍부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처음 보는 단어라면 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관습적 영상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다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다음 대화를 보자.
_어제 소개팅 어땠어?
_완전 옥동자였어.
_윽, 저런.
_어제 소개팅 어땠어?
_완전 원빈이었어.
_우와! 좋았겠는데.
위 대화에서 소개팅 상대에 대한 평가가 ‘옥동자’와 ‘원빈,’ 이 간략한 한마디로 완벽히 이루어진다. 그건 옥동자와 원빈의 외모와 행동에 대한 정보의 이미지, 즉 ‘관습적 영상’들이 우리 머릿속에 이미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습적 영상만 잘 공유되면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옥동자와 원빈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대화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옥동자와 원빈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덧붙여줘야만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