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속독--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읽는다<2>
영어속독--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읽는다<2>
다음 대화도 마찬가지다.
-어제 소개팅 어땠어?
-원빈의 미소를 가진 옥동자였어.
-엥? 무슨 소리야?
-잘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매력적인 미소를 가졌더라고.
이와 같이 관습적 영상이 없는 이야기를 하면 더 많은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고 설명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책이라는 대화 수단에도 관습적 영상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글을 쓰기 전부터 글을 읽을 독자와 독자가 가지고 있을 관습적 영상을 고려한다. 그리고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과감히 생략하면서 글을 쓴다. 적절한 생략으로 글을 속도감 있게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의 관습적 영상이 부족하거나 또는 저자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생략해 버린다면, 독자는 글을 읽고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독자가 되려면 책의 저자와 같은 관습적 영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딩은 자자와 독자 간의 긴밀한 협력 작업이 되어야 한다. 독자는 저자가 생략한 30퍼센트의 정보를 읽는 과정에서 잡아내고 적극적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느끼고 표현하고자 했던 그대로를 모두 풀어 이해할 수 있다
독자의 관습적 영상이 부족하다면, 글을 억지로 볼 수는 있어도 이해할 수는 없다. 연애 경험이 없는 노총각이 로맨스 소설에서 별 감흥을 못 느끼듯, 독자는 자기가 아는 만큼만 글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이해력의 부족이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험을 쌓든지 다른 글을 더 읽든지 해서 관습적 영상을 보충해야만 글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관습적 영상의 중요성은 원서 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법을 공부하고 단어만 외우면, 원서를 읽을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원서 읽기는 영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억지로 영어를 보는 것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원서 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독자는 저자가 우너하는 관습적 영상을 갖추고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봐야 한다. 읽으려는 분야를 이미 잘 알고 경험해서 충분한 관습적 영상을 가지고 있어야만 원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영어속독 역시 관습적 영상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 읽으려는 원서 내용에 대해 풍부한 관습적 영상을 가지고 있다면 이해도 수월하고 리딩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어속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리딩을 시작해서 점점 그 분야를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리딩해야 한다.
이는 앞서 다룬 반복 효과의 원칙과도 연관된다. 집중과 반복은 시냅스의 수초화를 이해서도 필요하지만, 리딩 과정에서 충분한 관습적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관습적 영상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영어 학습에서 관습적 영상만큼 무시당해온 것도 없다.
당신은 영어 리딩을 하기 전에 ‘이 글이 이해할 만한 내용인가?’하고 자신의 관습적 영상을 되돌아본 적이 있는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읽으라고 하니까’ 혹은 ‘읽어야만 하니까’ 원서를 읽는다. 특히 어려운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나 GRE, GMAT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흔히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관습적 영상이 부족한 상태에서 리딩해봤자 이내 실패하고 좌절할 뿐이다. 모자란 영어 실력을 한탄하며 단어도 외우고 문법도 공부해서 다시 도전하지만, 정작 중요한 관습적 영상이 없어 여전히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실패하다 보면 원서 읽기는 특별한 소수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영어 자체에 질려버리게 된다. 아니면 읽기 따위로는 영어가 늘지 않는다며 원서 읽기 자체를 멀리한다.
관습적 영상 없이 수준에 안 맞는 리딩을 하는 것은 자기학대일 뿐이며, 난독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원서 읽기가 안 된다고 더 이상 자신의 영어 탓을 하지 말자. 굳이 잘못이 있다면 관습적 영상이 없는 글을 고른 여러분의 선택과,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글을 쓴 글쓴이의 잘못이다.
궁합이 안 맞는 책과는 과감히 헤어져라. 관습적 영상이 쌓이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 현재의 관습적 영상에 잘 맞는 원서를 적절히 선택하자. 올바른 원서 선택만이 여러분의 영어속독을 인도해 줄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