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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속독을 위한 슈퍼브레인--영어 완벽주의와 결별

리첫 2016. 5. 7. 12:45

영어속독을 위한 슈퍼브레인--영어 완벽주의와 결별

 

영어 완벽주의가 얼마나 큰 허구인지를 살펴보기 전에, 나는 우선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정의부터 새롭게 내렸으면 한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4대 영역을 고루 잘한다면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극 어떤 유명한 영상번역가는 여기에 보태, ‘잘’의 범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자기 분야에서 ‘필요한 만큼’ ‘잘’하는 것이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라 얘기했는데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개봉작 번역가이지만 그의 스피킹 실력은 원어민 같은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번역에 필요한 듣기와 읽기 실력만은 확실히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여 ‘영어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의하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4대 영역을 고루 잘하되 자기 분야에 필요한 부분은 더 잘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집어 드신 분들은 모두 그렇게 영어를 잘하고 싶거나 영어에 관심이 지대하신 분들이다. 영어로 먹고사는 나 역시 영어를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영어를 잘할수록 더 잘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실한 동기가 있기 때문에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이 없는 토종이지만 영어에 좀 더 용감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어를 웬만큼 불편 없이 할 수 있는 실력이 되더라도 사실상 한국인이 영미권 사람들처럼 영어를 완벽하게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는 매우 어렵다. 일례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들 수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밟았고, 지금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UN사무총장의 자리까지 올라섰지만, 영어발음만은 요즘 말로 ‘대략 난감’이다. 대본이 없는 연설이나 인터뷰 내용을 유심히 보면 문장의 구조는 훌륭하지만 그의 영어발음은 민망할 정도로 토속적이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오락 프로그램에도 한국에서 수년간 머물며 한국어를 공부한 여성 출연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이들의 발음이나 한국어 구사력은 한국어 원어민인 우리가 보기에는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이는 수준이다. 이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2개 이상의 언어를 바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외국인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몇 년에 걸쳐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원어민에 버금가는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되는 사람은 1,0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나는 번역가라는 직업상 다양한 번역가들의 모임을 통해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 고수들을 수백 명 만나보았다.

 

그러고 나서 얻은 결론은, 영문과 대학원이나 통번역대학원을 나와도 어릴 적부터 외국생활을 오래 했거나 나머지 999명이 하지 않는 피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한, 일반인들이 ‘환상’으로 동경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자기 자신이나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벽해 보여도’ 원어민이 보기에는 반기문 총장이나 미수다의 미녀들처럼 어색할 밖에 없다. 심지어 한국 땅에서 태어난 우리조차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아나운서든 국어학자든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은 없다. 하물며 외국의 말인 영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고백건대, 나의 영어 실력 역시 ‘환상적인 완벽’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러나 나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4가지 영역을 고루 잘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번역분야에 필요한 부분은 더욱 잘한다.’ 굳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반기문 장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은 많은데 영어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완벽한 영어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영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될 때 더욱 빛나는 가치를 발휘한다. 우리가 영어를 열심히 파고드는 이유는 미국사람이나 영국사람이나 호주사람이나 캐나다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되고 싶은 것이고, 우리는 이미 그럴 수밖에 없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타고났다.

 

그래도 완벽한 영어라는 환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때는 마인드를 조금 바꾸자. 완벽해지려면 완벽한 연습이 필요하다. 뇌는 정보를 해독한다기보다 단순히 뇌의 언어로 옮겨놓을 뿐이다. 예컨대, 우리가 피아노를 아무리 열심히 쳐도 우리의 뇌는 우리가 훌륭한 연주가가 되던, 말던 아무런 관심이 없다.

 

즉, 아무리 반복해 피아노를 연습해도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손가락을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뇌에는 부정확한 정보가 입력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이제라도 뇌와 영어의 상관관계를 알게 되었다면 ‘완벽한 영어’에 대한 환상은 부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그 대신 ‘완벽한 연습’을 꿈꾸시기 바란다. 우리가 영어를 가르치는 대상은 사람인 동시에 우리의 뇌이기도 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