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傳(식전)--요즘의 불고기가 우리 음식일까?
食傳(식전)--요즘의 불고기가 우리 음식일까?
이런 간장의 변화가 우리 음식 맛에 준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 간장이 들어가는 음식의 종류는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은 불고기일 것이다. 불고기는 육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가장 선호하는 한국음식 가운데 하나다. 불고기양념의 기본이 바로 간장이다. 그것도 조선간장이 아닌, 왜간장이라 부르는 공장간장이다. 그렇다면 원래 불고기란 무어이었을까?
불고기의 옛날 이름은 너비아니구이다. 너비아니구이는 맥적이라 표기하나 맥, 곧 ‘고구려 사람들’이 먹던 고기구이로, 쇠고기를 넓게 편 것을 양념하여 숯불에 굽는 것을 이른다. 예전에는 꼬치에 끼워 굽는 산적과도 같은 것이었으나, 석쇠가 나온 뒤로는 숯불에 직접 구워 먹었다.
양념이 고구려 때부터 있었던 것 같지 않지만 소금을 뿌려 먹던 것이 간장이나 된장을 비롯한 양념으로 대체된 것 같다. 아마도 이때는 간장과 된장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 사용했을 것이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고 거기에서 새긴 장을 필요에 따라 고형물도 쓰고 국물만 쓰기도 했을 것이다.
여기서 간장이라고 하면 바로 조선간장이다. 다만 구이를 양념하는 데에는 조금 더 진한 맛이 필요했기에 오래된 진간장을 사용했다. 간장만으로는 맛을 내기 어려우니 꿀이나 조청과 같이 단맛을 내는 재료, 냄새를 없애주는 술과 파와 마늘 같은 재료, 참기름 등을 섞어 양념을 만들고 고기에 맛이 배도록 했다. 예전에도 꿀이나 조청과 같은 재료를 넣은 것을 보면 고기에 단맛과 짠맛을 고루 배게 하는 것이 불고기양념의 특색이었던 것이다. 간장의 아미노산은 고기의 아미노산 맛이 터지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서 그냥 소금만 뿌려 구운 고기보다 더 좋은 맛이 난다.
그런데 달작지근한 일본식 공장간장이 나온 뒤로는, 보관하기 어려운 진간장을 공장간장이 대신하고 꿀과 조청보다 훨씬 손쉬운 설탕이 주재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일종의 효과적인 대체양념들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의 변화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간장을 묵히기도 쉽지 않고, 덜 비싸고 같은 효용을 주는 재로를 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단맛이 점점 강해지면서 불고기는 제 맛을 잃어버린다.
소박하고 깊은 장맛이 그립다
불고기가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것은 고기의 맛을 간장으로 북돋운 데 있다. 대부분 고기를 먹는 지역에서는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하거나 스테이크처럼 다른 소스를 만들어 함께 먹는다. 불고기는 그냥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이 든 간장에 오래 재워 맛을 돋우고 단맛은 감칠맛을 더했기에 고기의 본래 맛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조선간장은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그래서 고기와 잘 어울릴 수 있다. 인제 와서 간장을 집에서 담그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지만, 공장간장이 전통의 조선간장 맛을 재현할 수는 없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재현한 간장에다 설탕을 줄인 불고기는 짧은 단맛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간장과 젓갈처럼 소금을 이용한 발효에서는 선진국이라 할 입맛들이 싸구려 맛에 물들어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