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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읽기 공부법--열다섯 살에 도쿄로 상경, 더 절실하게 공부하다

리첫 2016. 8. 29. 11:19

7번 읽기 공부법--열다섯 살에 도쿄로 상경, 더 절실하게 공부하다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노력하다

 

고등학교 입학 직후의 심정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와 정말로 비슷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역할은 반에서 내가 차지하는 포지션이자 정체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제까지 쌓아왔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특히 도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나보다 머리가 좋아 보였다.

 

‘내 성적은 여기서 중간 이하겠지. 운동도 못하고 손재주도 꽝인데다 말주변까지 없는 도대체 어떻게 나 자신을 유지해가면 좋을까?

 

이렇게 절실한 생각이 고등학교 첫 정기 시험에서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첫 시험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했던 것도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였다. 성적 상위 그룹에 안착한 나는 ‘도쿄의 고등학교에서도 의외로 괜찮은데?’라고 큰 안도감을 느꼈다.

 

의외로 괜찮게 나온 결과에 안심하면서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길이 아니다. 의외로 결과가 괜찮았다면 이제는 그보다 더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라이벌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걸음을 멈춘다면 현재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서 추월당하고 뒤처진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때의 공부 시간은 중학교 때보다 1시간 늘린 5시간으로 했다. 대학 입시가 중요한 인문계 고등학교라서 정기 시험을 앞두고는 동아리 활동을 쉬기 때문에 저녁에 귀가해서 7시부터는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당시에 살고 있던 곳은 도쿄 근교에 있던 할머니 댁이었다. 통학은 편도로 1시간 반이 걸렸다. 매일 왕복 3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자니 터무니없는 낭비였다. 그래서 시험 전에는 통학 시간도 공부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렇지만 출근길 러시아워의 한가운데서 자리에 앉기란 불가능했다. 선 채 다리로 힘껏 중심을 잡아가며 교과서를 겨우 펼치고 열심히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처럼 교과서를 통독하던 나는, 내릴 역에 도착하기 전에 한 권을 그래서 밑에 놓아둔 가방에서 다른 교과서를 꺼내려고 다리 아래쪽으로 쓱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내 손을 붙들더니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치한이야!”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입만 뻐금거렸다. 하지만 붙잡은 손의 주인이 여고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는 더욱 놀란 눈치였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각 과목별 특징을 나만의 공부법에 접목하다

 

고등학생 때는 통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공부법이 완전히 습관화된 시기였다. 이 공부법은 정기 시험의 영어, 과학 및 사회 과목에 적합하다. 정기 시험의 영어는 교과서에 적힌 문장이 출제 범위이다. 교과서에 적혀 있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빈칸에 들어갈 관사가 ‘a’인지 ‘the’인지, 혹은 전치사가 ‘at’인지 ‘in’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고 치자. 교과서의 문장을 제대로 읽어두었다면 시험 문제를 읽고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여기는 ‘the’이고 여기는 ‘at’이라고 저절로 떠오른 사항이 그대로 정답이다.

 

과학 과목의 생물이나 지구과학도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적혀 있는 내용을 반복해서 읽으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실히 머릿속에 들어온다. 통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공부법은 특히 사회 과목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 세계사, 국사, 지리, 정치, 경제, 윤리 등 고등학교 교과목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회 과목에서 통독은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참고로 나는 공간 인식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지리 과목에 서툴러서 읽거나 외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통독 횟수를 늘리면 어떻게든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사회 과목과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사회 과목에서는 공부법에 특별히 변형을 줄 필요가 없다.

 

반면에 현대문학 과목은 공부법에 약간의 변형이 필요하다. 교과서 읽기를 통해서는 책에 나오는 문장의 독해력을 묻는 문제가 많아서 교과서의 내용만 외워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노트에 제2의 교과서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판서와 더불어 구도로 해설해주는 내용을 빠짐없이 노트에 옮겨 적고 이 노트를 반복해서 통독하는 방법을 썼다.

 

수학도 마찬가지로 통독의 변형이 필요한 과목이다. 교과서 읽기만으로 실제 시험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7번 읽기를 변형시킨 7번 풀기 공부법을 고안했다

 

예를 들어 미분, 적분, 인수분해, 수열 등 배운 단원별로 문제가 실린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서 풀었다. 여러 문제를 손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푼다. 이미 한 번 풀었던 문제가 나와도 반복해보는 것이다. 7번 풀기를 통해서 문제 풀이 과정 자체를 암기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과목에 대비하면서 어떤 과목에 강하고 약한지를 파악했다. 이과 과목보다 문과 과목을 공부하기가 편하고, 그림보다 문장을 보았을 때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한 자기 분석에 따라 과학 중에서는 도식적인 요소가 강항 물리보다 문장적인 사고로도 이해할 수 있는 생물이나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일종의 지혜도 이 시기에 터득했다.

 

나만의 공부법이라는 중심축을 세워놓고 여러 가지 교과목을 이 중심축으로 끌어오는 공부 방식을 확립한 것이다.

 

☞ 미지의 환경, 서툰 분야라도 일단 한 걸음 내딛고 나면 해야 할 것들이 보인다.

☞ 각 교과목별 특징에 맞춰서 공부법에 조금씩 변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