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법--도쿄대에서 터득한 새로운 공부법 그리고 향상심
7번 읽기 공부법--도쿄대에서 터득한 새로운 공부법 그리고 향상심
도쿄대 재학 시절의 노트 정리법
앞서 소개한 입시 공부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서 이듬해 봄 나는 도쿄대에 입학했다. 내가 합격한 곳은 법학부가 속해 있는 문과 1류였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수업 방식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과목별로 교과서가 있다. 반면에 대학교는 강의를 위한 기본 교재는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주로 교수님의 구두 설명으로만 수업이 진행되었다. 개중에는 기본 교재를 지정하지 않는 수업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학 입시 때 확립되었던 읽기 공부법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기본 교재가 없던 탓에 기본 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추가했다. 교수님의 설명이 교과서를 대신했기 때문에 수업 중에 설명하는 내용을 노트에 받아 적어, 나만의 기본 교재를 만드는 과정이 공부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수업은 기본 교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시간이었다. 수업 내용을 차곡차곡 받아 적는 것과 정보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 적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수업 내용을 받아 적을 때는 머리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량의 정보가 단번에 터져 나오는 수업 시간 동안 정보를 기록하는 동시에 이해하고 정리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수업 시간에는 정보를 기록하는 작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정보를 정리하고 암기하는 작업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한다. 그때는 대학 입시 때와 마찬가지로 통독하는 방법을 쓴다. 수업 시간에 필기한 노트를 교과서 삼아 반복해서 읽는다.
급하게 손으로 받아 적은 문장이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3번 읽으면 어느새 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교수님도 강조했었지’ 같은 수업 당시의 기억이 새롭게 되살아났다. 참고로 어느 교수님이든 중요한 부분은 길게 설명하시곤 했다. 따라서 노트에 중요 포인트라고 표시해둘 필요는 전혀 없다.
‘교수님이 길게 설명한 부분이 중요 포인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 포인트는 필기한 양도 많아진다. 중요 포인트에 형광펜으로 선을 긋거나 해당 포인트를 반복해서 공부하는 수고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교수님의 수업대로 필기한 내용을 반복해서 읽으면 자연히 흐름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고, 그것은 대학 입시 때 기본 교재 통독을 통해 터득했던 노하우와 동일하다.
최상의 교재를 만들기 위한 노력
초반에는 수업을 듣고 손으로 필기하며 노트를 만들었는데 전기 교양과정에서 법학부로 진학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도쿄대는 1학년과 2학년 때 고마바(駒場) 캠퍼스에서 교양과목을 이수하는 전기 교양과정을 거친 후에 3학년과 4학년 때 전공학부로 진학한다.
법학부에 진학한 다음부터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정말로 힘들었다. 매 수업 나오는 정보량이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샤워기의 물처럼 쏟아지는 법률 용어를 미처 담지 못하고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지막 한 가지가 뭐였지?’, ‘방금 나온 법률 용어를 못 들었어! 그 용어가 뭐였더라?’ 하며 당황하는 사이에 진도는 어느새 저 앞쪽까지 나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군데군데 공백이 생긴 노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한숨짓기만도 수차례였다.
그래도 법학부에 진학하고 나서는 녹음 기능을 활용하게 되었다. 수업에는 노트와 필기구 대신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갔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대학시잘 반짝 전성기를 자랑했다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MD플레이어가 준비물이었다. 노트북으로 필기하면서 MD플레이어로는 수업을 녹음했다. 집에 돌아와서 수업 녹음 파일을 2배속으로 들으면서 노트북으로 입력한 내용에 빠진 부분을 채워 넣었다.
법학부에 막 들어왔을 무렵에는 타자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는데 조작에 익숙해지고 나니 손으로 필기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졌다. 다만 도쿄대 법학부는 교수님에 따라 녹음을 허락하지 않는 수업이 있다. 그때는 수업하는 동안 노트북에 강의 내용을 최대한 타이핑하는 수밖에 없다.
글씨를 너무 많이 써서 오른손이 욱신욱신 아프게 되는 것도 노트북을 쓰면서부터 사라졌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에 도움을 받으며 나만의 기본 교재 만들기를 조금씩 마스터해갔다.
입시는 끝나도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의 내 심정은 아마 당신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완전히 똑같이 ‘분명 주위 사람들 모두 능력자들일 거야!’라고 내심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입학한 곳은 다름 아닌 도쿄대였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에서 엄청나게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에 동경과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도쿄대도 중학교, 고등학교와 마찬가지 패턴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중간 이하라는 현실에 직면할 것이고, 그렇게 되기 싫다는 공포심과 싸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 식의 패턴이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 시험에서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받고 ‘의외로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주기도 사실은 예전과 똑같았다.
차이가 있었다면 주변 사람들에 있었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와는 대조적으로 도쿄대 학생 대부분은 일단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
나도 물론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다. 대학 입시를 공부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가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시기 중 하나이다. 한창 힘들게 입시 공부하는 중에는 ‘대학만 합격하면 이제 두 번 다시 공부 같은 건 안 할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 입학하고 보니 향상심인지 야심인지 몰라도 더욱 위를 목표로 하고 싶은 마음이 또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시험이 끝날 때마다 ‘이제 두 번 다시 공부 같은 건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단골 패턴이었다. 사법시험을 공부하던 대학교 2학년 역시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시기 중 하나이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사법시험만 합격한다면 두 번 다시 공부 같은 건 안 해도 돼’라고 생각하면서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사법시험 이후로 공부를 멈춘 적은 결코 없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음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진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싶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한창 공부중이다.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아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공부하는 목표가 있는 인생은 힘든 일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일도 있다. 공부하는 목표가 없는 인생은 힘든 일이 없는 반면에 즐거운 일도 없지 않을까.’
예전에 부활절 휴가차 귀국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해외로 거점을 옮긴 상태이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엘리트 인재로, 내가 본 또래 중에 가장 똑똑하고 기운 넘치며 성격까지 좋아 존경하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내 생일에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없다고 하더라. 새삼 생각해보니까 나도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더라고. 인생은 점점 평탄해지는 건가봐.”
인생이 평탄해진다는 생각에 나는 정말로 동의한다. 힘들더라도 무언가 손에 넣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위해 공부하고 성과로 이어진다면 만족을 느낀다.
인생은 괴로움과 그 뒤에 찾아오는 즐거움의 반복이다. 그리고 아마 괴로움과 즐거움의 양은 같을 것이다. 괴로운 공부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뒤에는 응축된 쾌감, 즉 달성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다음 목표가 없다면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는 평탄한 일상뿐이다.
인생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가치관의 문제겠지만, 나는 즐거움도 괴로움도 없는 평탄한 일상보다는 향상심을 지니며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 목표를 달성하는 일상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목표를 달성한 뒤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한 경주는 계속된다.
☞ 노력과 향상심을 버리는 것은 인생의 기쁨을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