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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첫이 영어를 배우게 된 씨앗<2>

리첫 2016. 9. 13. 17:50

리첫이 영어를 배우게 된 씨앗<2>

 

그럼 이제 영어로 옮겨서 이야기해 볼까요? 제가 영어의 기본인 알파벳을 본 것이 중학교 시절입니다. 제 동창이 몇 집 건너에 살고 있었는데, 친구의 다락방에서 거의 날마다 둘이서 ‘기초영어 ABC’라는 책으로 영어 발음을 익혔습니다. 암기하다시피 하여, 단어를 하나 둘 익혀가니, 꽤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손 안에 들고 길을 걸어가면서 공부하기 좋은 단어집을 사서 외우고 다녔습니다.

 

심지어는 길가다가 극장의 영화포스터에 나오는 영어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샅샅이 외우고,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에서 찾아 부지런히 외웠습니다. 가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와 같이 말이죠. 게다가 그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영화배우의 이름도 함께 외웠습니다.

 

발음기호를 익히고 나니 중학교 교과서를 열심히 읽게 되었고, 모르는 단어는 찾아서 익히는 방식으로 꾸준히 공부하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와 고교의 교과서의 단어의 수준차이가 엄청나더군요. 그래서 잠시 멘붕이 왔지만, 워낙 관심이 많았고 도전 의욕이 있었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꾸준히 공부하였습니다.

 

즉, 고교 교과서는 대입시험과 연관되는 수준이어서 어휘 부분의 실력도 엄청 쌓아야만 문제해결이 된다는 것을 너무 무모하게 덤벼든 저는 당연히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당시 저는 다독의 영어를 공부하지 않고 정독의 방식을 고집하였기에 지문을 읽어 나가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반드시 단어를 찾아 정확한 해석을 하면서 진도를 나갔기에 당연히 공부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공부 방식이어서 진도가 매우 더뎠습니다.

 

대학입시의 영어문제의 지문을 읽으면 쉬운 문제는 무슨 의미인줄 이해가 되었지만, 어려운 문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찍는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랬기에 제가 했던 고민 중 하나가 영어 지문이 어떤 것이라도 거의 완벽하게 이해가 되거나 한글로 보이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대학입시 영어지문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지문을 공부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눈앞의 것만 생각하였기에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마치 뿌연 안개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공부를 해도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우리말로 된 국어처럼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적도 많았습니다. 결국 영어 실력의 수준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거죠.

 

어쨌든 완벽한 영어실력은 아니었지만, 대학 입시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원했던 대학의 학과에 합격은 하였으니까요. 대학에 가서도 교양 영어와 전공도 원서 강독 등이 계속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는 끝이 없는 셈입니다. 그래도 그 이후에는 시간에 쫓겨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런대로 순풍에 돛단배가 물위를 가듯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럭저럭 영어 실력이 쌓여 가던 중에 결정적으로 장벽을 넘게 되는 순간이 도래하였습니다. 제가 대학을 들어가기 전해에 국회사무처 행정직 공무원(9급 공채 1기)이 먼저 되었는데, 2년 정도 속기과, 4년 정도를 관리과에 근무하다가 국회의원회관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