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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해? 그럼 글로비쉬로--영어권 사람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수많은 영어버전<3>

리첫 2016. 11. 15. 14:51

영어 못해? 그럼 글로비쉬로--영어권 사람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수많은 영어버전<3>

 

사실 영어권 국가에서 실제 활용되는 언어의 좀 더 정확한 명칭은 ‘앵글로어’가 아닐까 싶다. 영국인들은 미국식 영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미국인들은 런던에 가면 영어에 당황해 하니 말이다.

 

그러면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브라질인, 한국인, 러시아인, 중국인, 그 밖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모두 합쳐 88%에 육박하는 지구촌 대다수 인구가 죽어라 공부하고 실제로 말을 할 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언어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영어권 원어민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달리, 국경을 넘었을 때 할 수 없이 익숙해져야 하는 이 언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반면에 전 세계 인구의 12%만이 사용하는 언어, 소위 영어는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 변종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셀 수도 없고, 발음과 단어도 지역마다 다르며, 규칙이나 정해진 구조 없이 아무렇게나 변해 가는 언어, 요크(York)에서 사용되는 것이 뉴욕(New York)에서 사용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평가할 수도 없는 이 언어는 어떤 언어인가?

 

이 언어의 가장 최근 버전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도 혼란을 야기하는 이 언어에 대한 자아비판과 관련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영어는 진짜 국제어다. 겉보기에는 영어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영어와는 다른 언어, 넷글리쉬(netglish)이다. 이 언어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BAB EL WEB에 올라온 글이다.

 

이미 살펴본 대로, 세계에서 영어권 원어민은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소수다. 나머지 사람들은 영어를 자기 나름대로 다른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자 나름대로 사용하는 언어는 더 이상 영어가 아니다. 영국식 영어도 미국식 영어도 아닌 언어로, 아직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는 대중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여기서 ‘대중적’이라는 말은 우선 ‘널리 퍼져 있고, 인정받고, 검증된 것으로,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언어의 형태로 문학 언어와는 대별된다.

 

아르헨티나 출생이며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은 “샬롱 쉬르 마른느에서부터 타님바 섬에 이르기까지 영어는 우리의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공용어)가 되었다. 네티즌들은 셰익스피어의 언어인 영어로 전문적인 정보를 교환한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축소, 생략되고, 음성하적으로 단순화되고, 문법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이 컴퓨터 언어는 햄릿이나 폴크너, 버지니아 울프의 풍요로운 언어와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같은 잡지에서 마르티니크 출신 작가 파트릭 샤무아조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셰익스피어나 밀턴의 언어에서 볼 수 있었던 난해함을 없앤 기술적이고 상업적인 코드일 뿐이다.

 

신용과 권위면에서 인정받는 또 다른 작가인 알랭 드코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린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실용적인 언어는 점점 더 영어와는 다른 모습을 띤다. 이는 새로운 언어다. 영어에서 파생되었고, 그 뿌리는 영어에 두고 있지만 수많은 신조어와 변형어를 양산해내고 있다.”

 

마크 퓌마롤리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세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모든 형태를 망라하는 특수 기술어다---. 종합적이고 편안하며, 기본적이고 수동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발화자에게 요구되는 특별한 방식이나 소재에 관한 규정도 없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언어가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이 글로벌 영어의 ‘투명성’은 계몽주의 시대의 프랑스어가 요구하던 생생함과 정확성에 상반되는 개념이다.

 

이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언어는 ‘영미어’로 대변되는 English와는 다른 언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때다. 즉, 위에서 인용한 저자들이 언급한 유용하고, 필수적인 언어는 English와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언어를 ‘글로비쉬(Globish)’라고 부르겠다. 이 말은 ‘지구의, 둥근’이란 뜻의 globe에서 파생되었다.

 

글로비쉬가 영어에서 나온 언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할 무렵의 그리스 코이네와는 완전히 다르다. 글로비쉬는 정복을 통해 생겨난 언어도 아니며, 하이드 파크나 센트럴 파크에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언어도 아니다. 글로비쉬가 표방하는 효율성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다.

 

글로비쉬의 단점이라면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글로비쉬의 정의를 명확히 제시하고, 사용되는 용어를 정리해봄으로써 글로비쉬가 이런 결점을 극복하고 지구촌 언어로 인정받게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