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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食傳)--밥만 먹고 살 수 있나

리첫 2016. 12. 9. 09:01

식전(食傳)--밥만 먹고 살 수 있나

 

임연수 씨, ‘이면수’는 많이 잡았나요?

 

이 지구 위에 육지는 큰 대륙들이 바다를 사이하고 섬처럼 서로 떨어져 있지만 바다는 모두 하나로 통해 있다. 이 지구 위 모든 생물이 바다에서 시작되었듯 바다에는 정말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먼 옛날 초기의 인류가 바닷가에 섰을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머나먼 수평선과 밀려오는 흰 파도들, 그리고 저 바다 건너편의 아득한 그리움? 아니면 거센 파도가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 그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더 중요한 것이 눈앞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먹을 것이었다.

 

지금도 바닷가 모래사장과 바위, 그리고 개펄에는 무궁한 먹을거리가 널렀으니 바로 조개와 굴이다. 이 연체동물들은 움직임이 없거나 느리기에 인간이 별다른 도구 없이도 포획할 수 있는 손쉬운 대상이었다. 신석기시대 패총이 많이 남아 있어 이를 증명한다. 지금 남아 있는 패총의 구성성분을 보면 굴과 바지락, 백합과 같은 조개 종류가 가장 많다.

 

특이하게도 이 패총에는 고래나 상어 같은 큰 동물의 뼈도 있는데, 바다에 나가 잡아온 것은 아닌 듯하다. 지금도 가끔 고래나 상어가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것을 보면 운이 좋아 이런 것들을 포식할 기회를 잡았던 것 같다.

 

저 물고기를 어떻게 잡을까

 

이 패총에 생선의 뼈나 나무를 이용한 낚싯바늘이 있는 것을 보면 비록 원시적이기는 했지만 낚시도 했던 것 같다. 요즘과 같이 쇠로 만든 굽은 모양의 낚싯바늘이 아니었기에 미끼만 빼앗길 확률이 높고 성공 확률은 낮았겠지만 그래도 심심치 않게 포획물을 건져 올렸을 것이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 뼈도 이 패총에 함께 있다. 그리고 그물추도 함께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그물로도 물고기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고기잡이도 망망대해에서는 지극히 성공률이 낮은 방법이었고 그래서 배를 채우는 것은 주로 조개와 굴이 가장 많았을 것이다.

 

바다라면 몰라도 맑은 개울이나 강의 지류에서는 조금 더 고기잡이의 확률을 높일 방법이 있었다. 물속이라도 눈에 보이는 깊지 않은 곳이라면 끝을 뾰족하게 깎은 나뭇가지나 대나무를 가지고 노니는 고기를 찔러서 잡거나, 활을 잘 쏘는 우리 민족답게 화살을 쏘아 잡을 수도 있었다. 여름철 냇가의 천렵처럼 여럿이 물고기를 몰아 간단한 그물로 잡기도 했고, 독이 있는 풀을 짓이겨 물에 풀어서 물고기를 잠시 기절시키는 방법도 썼다.

 

어쨌거나 뭍에서 사는 사람들이 손쉽게 고기를 얻는 방법은 민물인 강과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이었을 것이다. 붕어나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등의 민물고기들은 지금도 즐겨 찾는 어종이거니와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논에서 나는 미꾸라지도 단백질을 보충해줄 별미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비가 꽤 오는 덕분에 냇가에서의 천렵은 고단한 농사일에서 일종의 오락이기도 하고, 또 별미까지 즐길 수 있었던 즐거운 행사였다. 다만 민물고기를 마구 날로 먹는 탓에 디스토마로 고생은 좀 했지만 말이다.

 

민물어업으로 가장 손쉬운 것은 회유하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연어, 송어, 은어, 숭어와 같은 물고기들이 강으로 알을 낳으러 올 때를 기다리면 좋은 목에서는 소쿠리 같은 간단한 도구로도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시기의 제약을 받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사람이 물고기를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