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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食傳)--이 물고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리첫 2016. 12. 20. 09:35

식전(食傳)--이 물고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물고기야 바다에서 자라니 국경이 있을 턱이 없고 대체로 잡히는 것을 먹었으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따라 잡히는 물고기가 다르니 낚시로 잡을 때와 어량에서 잡히는 고기, 그물로 거둬들이는 물고기가 다 다르다.

 

우리가 요즘 가장 즐겨 먹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라 첫손가락에 꼽아도 좋을 명태를 보자. 조선시대 초기인 세종 때만 하더라도 문헌상에는 이 명태가 나타나지 않다가 조선 중기가 되어서여 물고기 이름이 보인다.

 

명태는 찬물에 사는 어종이기 때문에 동해안에서만 잡힐 수 있다. 동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작기에 어량을 설치하기에 유리한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먼 바다에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니 어량이 있단 한들 잡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이름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못하게 했는데, 태씨 성의 어부가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들고 명천의 수령을 찾아가 이름을 붙여줄 것을 간청한다. 이름을 모르니 먹을 수도, 그렇다고 팔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명천의 수령이 ‘함경도 명천에 사는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낚시로 잡았다’는 뜻에서 한 자씩 따서 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것이 조선 중기의 일이니 그 이전에는 명태를 먹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은 말린 것을 북어, 생물을 명태라고 한다.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라 하고 언 명태를 동태라 한 것은 냉장, 냉동 기술이 발달한 최근의 일이다. 원래 북어라는 이름은, 처음 명태를 본 사람들이 대구의 새끼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북쪽에서만 난다고 하여 붙인 것이다.

 

요즘처럼 겨울철 명태를 잡아 추운 덕장에 말려 북어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 후기로 거의 영, 정조 때에 이르러서였다. 그 시기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주낙질을 하여 명태를 대량으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린 북어는 마차와 배에 실려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니 술을 마신 다음 날 해장국으로 북엇국을 먹게 된 것은 아무리 빨라도 조선 후기 이후부터인 셈이다.

 

동해에서 잡히는 물고기 가운데 물고기 이름 같지 않은 이름이 붙은 것도 있다. 임연수어가 발 그것인데 흔히 ‘이면수’로 잘못 알고 있다. 예전에는 흔하고 값싼 생선이었는데, 가시도 많지 않고 살도 맛이 있어 서민의 밥상에 찬거리로 자주 올랐다. 함경도 길주에 사는 임연수라는 사람이 이 물고기를 잘 잡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고기 이름으로 사람 이름이 붙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