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영어공부법--영어 학원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다
이기는 영어공부법--영어 학원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다
201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실제로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전공과목 공부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초중고 총 1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전공과목보다 영어를 공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학생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학창 시절의 영어 학습이 대학 입시 과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어 학습은 1910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영어를 가르치던 방식인 문법과 독해 위주의 ‘번역식 교수법’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물론 1980년대 들어서 독해와 회화, 듣기 중심인 ‘청각 구두식 교수법’으로 전환되었다고는 하나 이전의 번역식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이 총 12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를 지속적으로 공부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대로 영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영어 교육이 대학생이 되어서도 영어에 또 다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영어 때문에 심각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도 입시 위주의 영어 교육으로 인해 정신적, 문화적 충격을 많이 받았다. 학창 시절 누구보다도 영어를 잘하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부심을 느끼던 나조차도 미국 생활 초창기에는 영어 때문에 심한 좌절감과 실망을 많이 느꼈다. 영어를 전공했고 각종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와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충분히 현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도착 후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뉴욕의 JFK공항에 도착해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영어에 자신 있고 당당했다. 묻는 질문에 대답도 잘했고, 위트 있게 농담과 인사도 잘했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했다.
문제는 화장실에서 벌어졌다. 급하게 들어간 화장실 변기에 ‘out of order’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이 변기 고장이네’라는 생각을 하며 뿌듯해했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고 사용해 본 적도 없는 문구였지만, 학창 시절 달달 암기해서 알고 있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문구가 실제 미국 생활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잠시나마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화장실이 급한 상황이었고 다른 칸들은 이미 사용 중이었다. 그래서 ‘out of order’라는 고장 난 변기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큰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데 역시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음... 확실히 out of order 맞군’생각하며 변기 뚜껑을 덮고 그 종이를 다시 붙였다.
문을 열고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내가 나온 칸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반바지를 입은 덩치 큰 백인 남자가 안에 들어간 뒤 잠시 후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그때 들은 비명 소리만큼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에서 배운 영어 때문에 많은 비명을 질러야 했다.
한국에서 입시 시험 위주로 영어를 배웠던 나는 미국 현지 영어를 100% 알아듣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나 자신에 실망하다가 날이 갈수록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더 열심히 실력을 쌓아 한국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인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가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구촌의 국경과 소통 장벽이 완화되면서 영어의 활용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영어는 세계 공용어로서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런 영어 공용화 시대에 적용하고 제대로 된 실용 영어를 습득하고 활용하고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실제 우리나라의 영어 사용 능력은 아프리카의 우간다 사람들보다도 훨씬 뒤쳐진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무려 12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받고 대학에서도 전고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는데도 말이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대입 정책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대입 정책을 아무리 비판하더라도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 너무 입시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까지 변한 것은 그다지 없었다. 흔히 들리는 말로는 리스인과 스피킹의 영어 활용 능력을 중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영어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거나 시험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는 등의 여러 구실로 제대로 된 영어 능력 평가 계획을 세우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니 부모들은 대한민국 영어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어 공교육의 불신이 점점 더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 시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니만큼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과 부모에게 이렇게 영어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두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입시와 취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더나 외국에서 공부할 수 없다면 주어진 환경에 완벽히 적응하자. 대한민국 영어 정책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도 입시 정책에 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입장이기에 우선 대학이나 회사에서 원하는 등급과 점수를 얻도록 노력해 보자.
둘째, 입시 위주의 영어뿐만 아니라 자신마의 즐거운 영어 지도를 그려 나가자. 우리는 실생활 위주의 영어를 공부하고자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 시험만을 위한 영어가 아니라 흥미와 재미 위주의 즐거운 영어를 함께 공부해야 한다. 관심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팝송을 들으며 노랫말을 따라 부를 수도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외국 유명인들의 생활과 생각을 영어로 직접 느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채팅을 통해 외국인과 대화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실제 생활과 밀접한 영어를 생생하게 느끼며 자신의 영어 활용 능력을 더욱더 높일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전 세계 사람들이 훨씬 가깝고 실시간으로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더욱 글로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영어는 더 이상 입시 위주의 영어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입시와 취직을 위한 영어 시험을 준비는 하되 반드시 거시적 관점에서 영어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입시 정책도 앞으로 점점 더 바뀔 가능성이 많다. 입시를 위해 영어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효율적인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더 많은 즐거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