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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16>

리첫 2020. 10. 6. 07:58

 

 

 

덴마크 자유교육운동의 사상적 배경(1)

 

덴마크 초창기 자유교육운동의 배경을 이루는 몇 가지 사상적 흐름이 있다. 계몽주의(Aufklärung)와 경건주의(Pietismus), 자유주의(Liberalismus), 이 셋은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유럽 사회에 맹위를 떨치면서 철학, 종교, 사회, 정치 교육 영역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일구었던 사조들이다. 계몽주의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후반에 이르는 사이(로크에서부터 칸트까지) 유럽 사회에서 기존 가치 체계와 질서에 맞서 이성과 진보의 자유, 보편성과 이성으로 인간을 성숙시키려는 기본 명제를 구현하기 위해 씨름했던 정신적 사조다. 경건주의는 계몽주의와는 다른 축에서 루터 정통주의 신학 노선에 합류시킬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교파적 관심사는 없었던 자유로운 신앙운동으로, 신비적-영적 전승과 관련을 맺으면서 개인의 주체적-내적 각성(Erweckung)과 선행, 성화를 추구했던 또한 그에 상응하여 교회의 내적 쇄신을 꾀했던 기독교 정신운동이다. 이들에 의해 강력하게 추동되고 또 결합하여 작용했던 사조가 바로 자유주의이다. 이 시기 자유주의는 전통, 인습, 교리로부터 벗어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추구하려는 자유로운 정신적 태도를 지칭하며, 철학과 종교, 정치, 경제, 교육 등 문화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자유주의는 새로운 사회-정치적 범주로서의 민주적 시민사회를 태동시켰다.

 

그룬트비와 콜은 덴마크 사회가 앞서 거론한 세 가지 모티브라는 의미에서, 즉 과거의 정치적, 종교적 인습으로부터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고 있던 시대를 살았다. 정치적 민주주의 바람 속에서 절대왕정이 종식되었는가 하면, 국가제도적 교회의 신앙 틀은 신앙의 주체적이고 내적인 체험을 강조하는 신앙 양식에 위협을 받게 되었다. 전자가 계몽주의와 관계있다면, 후자는 경건주의와 관계있다. 자유주의는 이들 맥락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다. 핵심 모티브는 19세기 중엽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모든 문제를 자기 책임으로 혹은 자기 체험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데 있었다. 경건주의 신앙운동의 영향 아래에서 사람들은 하나님과 자신들의 관계를 국가교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규정지으려 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자 경제, 직업 생활, 정치 문제도 그런 방향에서 해결하기 위해 씨름하기 시작했다. 자유교회나 낙농 및 도축 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민중들의 집회 장소 같은 모든 것들이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되었다. 정부나 관청이 움직이지 않으면 민중들은 곧바로 주도권을 행사했다. 이 새로운 정신적 흐름을 배경으로 살면서 또 그 모티브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발전시킨 이들이 바로 그룬트비와 콜이다.

 

아울러 세 사조와 함께 낭만주의(Romantizimus)와 민족주의(Nationalismus)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낭만주의는 양상이 너무도 다양하여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계몽주의적 사고 맥락에 서 있지만 그것과 피할 수 없는 논쟁 속에 자리 잡은 정신적 태도로서, 과도한 이성주의에 반하여 감정과 열정적 경험을 추구하는 정신적 성향을 지칭하는가 하면, 보편성이나 불변성에 반하여 개별적인 것, 특수성과 다양성, 유기적 형식, 지역적인 것, 가변적인 것, 비합리적이며 형언할 수 없는 것, 환상적인 것 등을 탐닉하거나 추구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낭만주의어떤 진부함으로부터의 탈출을 방해하는 인간 삶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힘들을 이해하는 문제”(스탕달)라든지, 무한으로 솟구치고 싶은 충족되지 않는 끔찍한 욕망과 개체라는 비좁은 굴레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열에 들떠 갈망하는마음이라든지, 강력한 자기중심적 성향에 이끌려 더 큰 세계를 희생해 개인을 강조하는 태도 같은 것을 뜻한다. 특징적 양상열정과 감정, 태고성과 원시성 또 그에 대한 향수, 젊음, 자연 상태의 인간에게 넘쳐흐르는 삶에 대한 감각, 소요 혼돈, 충동, 풍요로움, 끝없이 샘솟는 다양성에서 나타난다. 또한 평화, 위대한 자기 존재와의 합일, 자연 질서와의 조화, 천국의 음악, 모든 것을 포함하는 영원한 정신 안에서의 용해, 낯섦, 무상한 현재, 이국적인 것, 그로테스크한 것,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것, 폐허와 달빛, 마법의 성, 요정들, 폭포, 강변의 낡은 물방앗간 등 같은 주제들에서 나타난다. 낭만주의자들의 자연관은 특히 흥미롭다. 이들은 자연을 신적인 것이 깃든 신비로운 존재로 여겼다. 낭만주의의 단서는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종종 추정하지만 본격적 전개는 독일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