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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치는 교수<5>

리첫 2020. 11. 16. 21:57

 

 

 

지금, 대학에 꼭 필요한 것들

 

관료적인 조직문화가 혁신되어야 한다

 

필자처럼 기업에서 일하다가 대학에 들어와 보면, 대학 사회가 관료사회보다 더 경직되어 있음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한번은 어느 대학에서 빔 프로젝터 전구가 고장 나서 수업을 중단한 적이 있다. 수소문해 해당 부서에 연락하니, 와보지도 않고 전구가 없다고 한다. 다음 주 수업 때에는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수리에 2주가 걸려, 휴대용 빔 프로젝터로 수업해야 했다. 기업 같으면, 적어도 2개의 전구를 비치해 놓고, 고장이 나면 당장 교체해 주고, 다시 1개를 구매해서 예비용 2개를 채워 놓을 것이다.

 

개강을 했는데 수업장비가 망가진 채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스크린이 고장 나서 자꾸만 감기곤 했다. 당장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의자로 스크린의 고리를 고정시켜서 몇 주간 사용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학생이 집에서 콘크리트 못과 망치를 가져와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탁자는 편리하지만, 장비마다 조작법이 달라 수업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탁자에 연락처라도 하나 적어놓으면 좋을 텐데.

 

요즘 대학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둘러앉아 토론할 수 있는 교실은 많지 않다. 책상과 의자가 바닥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실을 새로 만들면서도 여전히 책상과 의자를 바닥에 고정시켜 놓는다.

 

방학이 되면 교직원들은 930분이나 10시에 출근을 한다. 그러나 계절학기 수업은 9시에 시작된다. 9시 이전에 수업에 필요한 음향장비와 영상장비를 준비해놔야 하는데, 직원들이 툴근을 하지 않으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문의했더니 방학 동안은 930분 출근이라며, 전날 장비를 미리 받아가라고 했다. 이런 예는 무수하다.

 

정규직 사무보조원 1명을 선발하는데 무려 401명이 응모를 할 정도로, 대학 교직원 자리는 인기가 좋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5일제 근무는 물론이고 방학중엔 단축근무도 한다. 기업에 비해 급여 수준은 낮지만, 업무 스트레스가 적다. 그래서 신이 내린 직장’, ‘철밥통에 자주 비유된다. 그래서인지 유연성, 자기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요즘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자기를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열정이 있어야 자기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조직에도 수준 높게 기여를 하고, 고객에게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조직을 움직여야 조직이 혁신된다. 그러나 대학조직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창조개선이라는 말보다는 통제거부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조직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 규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혁신적으로 일하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맥 빠지게 한다.

 

교직원 중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눈에 띄게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서 자기혁신 의지나 열정이 생기기란 어렵다. 정규직 직원들은 무사안일에 빠져 있고, 비정규직 직원들은 열등의식에 갇혀 있는 것이 문제다.

 

온상이 따뜻해야 그 안에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다. 대학의 분위기는 기업에 비해 너무 차갑고 단단하다. 이러한 조직문화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고객을 잃는 원인 1위는 상품에 대한 불만’(14%)이 아니라 직원들의 태도’(68%)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 구성원 전체가 개인적으로나 행정적으로 학생에게 더 친절하게 서비스해야 한다.

 

대학의 생존은 이제 잘 가르치는 대학인가 아닌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일의 최전선에는 교수들이 있다. 대학의 모든 조직과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통해 이 본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