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덴마크의 자유학교<56>

리첫 2020. 12. 21. 07:12

 

2) 사립학교와 자유학교<2>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운동 단체와 다른 이념의 신봉자들도 자유학교와 사립학교를 설립했고, 앞에서 말한 법률의 혜택과 자유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전례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자유는 위협을 당하게 되었고, 새로운 법률로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첫 번째 사건으로는, 세계적인 여행학교인 츠빈스쿨(자유학교의 일종)이 지원금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자유학교법에 따라 주어지는 국가의 재정지원금을 악용한 사례로 간주되었고, 2007년 개정된 자유학교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경제적 자유와 조직이 누리는 자유의 한계를 법조항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 사건은, 이슬람교 배경을 지닌 이민자들과 피난민들이 1990년대에 덴마크에 이슬람 자유학교를 세우게 된 일이다. 장학사가 이 학교들을 감독한 결과, 학교들 중 몇몇은 공립기초학교에 비견할 만한 교육을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그들이 덴마크 교육 관련 법률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오해했기 때문인 듯한데,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자유학교협회는 법의 악용을 막고 꼭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전의 법률이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로운 법률이 제안되었고 국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새 법률안에는 학교에 대한 감독 규칙을 강화하고, 자유학교의 폐교도 쉽게 내릴 수 있는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또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었던 정의들이 세분화되었으며, 자유학교 학생들의 학교생활 목표와 시험 결과가 거의 공립기초학교에 맞먹을 정도가 되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사립학교와 자유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 외에도, 교육활동 전반을 반드시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활동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도 지게 되었다. 게다가 자유학교와 사립학교들은 각기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의 교육목표, 활동계획안을 반드시 올리도록 했다.

 

자유학교에 참여하는 사람들, 특히 스스로 자유학교라는 전통과 교육적 가치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구성원이라 여기는 사람들과, 지난 150여 년의 실천으로 자신들의 노력과 결실을 증명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법률안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교육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자 제한이라 여기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국가와 자유학교 간의 관계가 전면적으로 변화하는 역사적 시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학교운동의 존재와 성취들을 가치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받았지만, 앞으로는 계량화된 성과에 따라 관료적인 감독과 통제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공개적으로 드러난 학교의 경쟁력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