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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77>

리첫 2021. 2. 8. 15:57

시민사회에 뿌리내린 자유교육

- 민중운동의 역사 속에서 자란 교육 시스템

 

들어가면서

 

덴마크는 국가예산에서 교육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유럽의 어떤 나라보다 높다. 그만큼 교육에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이 우리가 생각하는 학력 경쟁이나 수험 지옥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행복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런 방향으로 풀어간다. 얼핏 아주 느슨해 보이지만 학력 수준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편이다. 이처럼 느슨하지만 높은 질을 확보하느라 효율적이고 철저한 교육이나 훈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교육이 가능한 진짜 배경은 대화를 중시하고 자유로우며 비경쟁적인 사회분위기인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나 메커니즘이 과연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덴마크 교육 시스템과 그 배경

 

1) 민중운동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교육

 

덴마크에는 교육 의무는 취학 의무가 없다.  19세기 초, 교육에 관한 부모의 권리를 법률로 인정하면서 그때부터 교육은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덴마크 국민들 속에 자리 잡았다. 또 덴마크에서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부도 아래로부터의 교육운동을 높게 평가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이는 관민 대립 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를 양쪽 모두에게서 볼 수 있다. 덴마크 정부에서 만든 팸플릿을 보면 풀뿌리 시민운동을 높게 평가하고 이런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8세기 이후의 민중교육사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덴마크의 민중교육사를 말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 둘 있다. 니콜레이 그룬트비(1783~1872)와 크리스텐 콜(1816~1870)이다. 그룬트비는 덴마크 민중교육의 아버지로서, 교육학자이자 목사이고 시인이자 정치가다. 그리고 풀뿌리 시민운동을 주도한 운동가이다. 그는 가난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삶을 위한 학교라는 책을 쓰고 자립과 대화를 중시하는 교육운동을 펼쳤다. 한편 실천가로서 콜은 암기와 훈련에서 벗어난 학교, 자유학교를 만들었다. 또 이들의 사상과 실천에 자극받은 이들이 자유학교의 중등 과정 격인 에프터스콜레를 전국 각지에 만들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은 공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사회에서 주류이기보다 인가받은 대안적 흐름으로 한 줄기를 형성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