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는 교수<19>
진정한 '수업평가'를 위한 6가지 과제<2>
둘째, ‘강의평가’의 시기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강의평가제’는 학생들의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준다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대학은 학기말에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황과 대상이 전혀 다른 다음 학기 수업에나 반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학기 중반과 종반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설문에 응해야 한다.
답을 ‘아무렇게나’ 작성해도 되는 작성 방버은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의평가를 ‘매우 성실하게 기록한다’가 20.4%, ‘성실하게 기록한다’가 56.9%, ‘대충 작성한다’가 21.2%, 매우 불성실하게 작성한다‘가 2.0%인 것으로 나와 있다. 즉, 23.2%가 불성실하게 작성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평가 방법이 정학해야 그걸 기초로 수업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평가 결과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대학의 ‘강의평가’는 수업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학의 강의는 전임교수와 ‘시간강사’로 불리는 비전임 교수들이 맡고 있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전체 강좌의 약 65%를 비전임 교수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여러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전임교수의 경우, 강의평가 결과는 교수 업적평가에 일부 반영된다. 따라서 강의평가제가 수업 품질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전임 교수의 경우에는 그 결과가 수업 품질을 개선하는 데 제대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강의평가제’는 전체 수업의 품질을 향상시켜주는 데 활용되기보다는, 전임교수에 대한 대학의 인사관리나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강의평가’ 결과는 전체 수업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활용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비전임 교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강의평가의 결과는 학생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동국대와 상명대가 강의평가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자, 교수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 강의평가는 왜 하는 것일까? 반복해 말하지만 수업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면 강의평가 결과를 가장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교수와 학생이다. 교수는 결과를 알아야 다음 수업에 그걸 반영할 수 있고, 학생은 그걸 알아야 수강신청에 참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결과를 학교 당국과 해당 교수만 알고 있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따로 ‘강의평가’를 하겠는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결과는 무척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강의평가의 결과를 공개하는 시기는 조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너무도 낮다. 이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전임교수, 비전임 교수 할 것 없이 모든 교수들이 수업의 품질을 높이는 데 힘쓰게 될 것이다. 학생들도 좋은 수업을 택할 수 있게 된다. 강의평가제는 절대 전임교수의 업적 평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