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자유교육<90>
덴마크의 자유교육<90>
삶을 위한 교육
2007년 1월 담양 한빛고등학교에서 덴마크 자유학교와 시민대학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연사로 오신 토바(Tove) 선생님은 린델서 자유학교에서, 에기디우스 선생님은 자유학교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자유교사대학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고 했다.
강연 중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프로젝트 작업을 수행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세 모둠의 어린이들이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를 주제로 진흙으로 인형을 빚고 연극으로 각색하는 내용이었다. 세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진지한 모습으로 토론해서 인형을 완성하고 연극을 공연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에기디우스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유학교의 교육철학과 원리가 교실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딱히 ‘학교’교육이라고 할 게 없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공부와 삶은 구분되지 않았다. 특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모둠을 이끌었고, 토론을 거치면서 의견을 조정했다. 선생님의 역할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처음 모둠을 만들고 과제를 할당하는 일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원만하게 과업을 수행하게끔 도와주는 데 머물렀다. 덴마크 교육에 완전히 문외한이었던 내가 덴마크 교육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탐방하게 된 것도 이 경험 때문이었다.
지난 여름 유럽 여행 계획을 짜면서 토바 선생님과 에기디우스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덴마크로 초청을 해주셨다. 그래서 여행 중 오덴서에 있는 선생님 댁을 방문하고 토바 선생님이 평생 동안 재직한 린델서 자유학교 수업도 참관했다. 정작 에게디우스 선생님이 강연 당시 추천해 주셨던 국제시민대학(Den International Højskole)은 방문하지 못했으나, 여행이 끝난 후 아예 입학 신청을 해서 2007년 1월부터 5월말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공부를 하던 중 에기디우스 선생님 부부의 초대를 받아 댁을 방문했을 때, 가능하다면 덴마크의 여러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몸소 방문 일정을 정하시고 해당 학교와 기관에서 일하는 교사와 상담가들과도 면담을 할 수 있게 주선해주셨다.
다음은 방문했던 학교들과 기관에 대한 짤막한 기록이다. 짧은 시간과 부족한 공부 탓에 자칫 피상적인 기록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으나, 부족하나마 차후 연구의 지침을 삼고자 하는 마음에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