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는 교수<34>
잘 가르치는 교수<34>
‘뉴스형’을 ‘드라마형’으로 바꿔라
얼마 전 비행기를 탔는데 기장이 안내방송을 특이하게 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지나가는 곳이 어딘지, 도착할 곳의 날씨가 어떠한지를 마치 DJ가 하듯 재밌게 설명해 주어서 다른 승객들도 모두 집중하며 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비슷한 예로 기차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안내 방송을 들을 기호가 많다. 어떤 이는 바로 옆의 사람과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하는데, 어떤 이는 책을 읽는 것같이 말을 해서 어색함을 남긴다.
사람들이 뉴스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뉴스는 사무적으로 원고 읽듯이 말하지만, 드라마는 형식이 없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에는 ‘스토리’가 있어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준다.
강의 역시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해야 잘 전달된다. ‘9시 뉴스’ 진행하듯이 말하지 말고, ‘컬투쇼’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더 좋다. 교재를 읽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자신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말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가 말할 내용을 자기의 것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있어야 한다. 시종일관 비슷한 톤, 비슷한 높이, 비슷한 크기로 말하는 강의는 학생을 졸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교재를 읽으며 진도 나가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수업에 굳이 참여할 필요를 못 느끼게 한다. 학생도 혼자서 얼마든지 교재를 보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재의 내용을 넘나드는 내용으로 강의를 해줘야 학생들이 주목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대학 수업은 여전히 ‘9시 뉴스’를 연상시킨다. 뉴스에서는 어떤 정보를 중요한 것부터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적으로 늘어놓는다. 정리는 잘 되지만 재미가 없다. 반면, 드라마는 정보를 재구성하여 시청자가 관심을 집중하고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논리적 근거보다는 현실성, 분석보다는 상상과 직관, 이해나 사고보다는 감동과 공감을 앞세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수업이나 강의는 드라마처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는 학생이 몰입하고 집중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작가가 되어야 한다.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 것인지, 그래서 학생들을 어떻게 주목시켜나갈 것인지 대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수업중 학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간을 잘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주목하는 피크타임 때 중요한 걸 말해줘야 한다. 필자는 수업중 피크타임은 수업 시작 10분, 수업 종료 5분 전부터 15분 전까지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주목률이 떨어진다. 어떤 교수는 피크 타임은 낭비하고, 주목률이 낮은 시간대에 중요한 시간대에 중요한 이야기를 하느라 고생한다. 수업에 관계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수업이 끝날 때가 되어 요점 정리하듯이 수업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교수는 한 시간 수업중에도 여러 차례의 피크 타임을 만든다. 매우 유능한 강사라 할 수 있다. 유능한 교수는 처음 10분과 마지막 15분을 잘 살린다. 우선 학생들의 마음을 열어주면서 주의를 끌어야 한다. 그런 후 지난 시간 수업 내용을 요약해서 리마인드 해준다. 이어서 오늘 수업의 방향과 목표를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상세하게 내용을 설명해준다. 끝나기 10분 전부터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은 다시 고조된다. 그러다가 5분 정도를 남겨놓고는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10분 전쯤 그날 수업 전체를 요약해주고, 가장 중요한 것을 짚어줄 필요가 있다. 5분 전에 수업을 끝내준다면 그날의 수업효과는 그야말로 끝내줄 것이다. 시각을 넘길 경우 수업효과는 급속히 반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앞자리 학생에게 “지난 시간에 진도 어디까지 나갔지?”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교수가 수업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노출시키면서, 피크타임을 날려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이다. 교수는 매시간 그날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그야말로 성실하게 시나리오를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