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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92>

리첫 2021. 5. 13. 17:21

 

덴마크의 자유교육<92>

 

1. () 린델서 자유학교(Nr Lyndelse Friskole)<2>

 

3) 3학년

 

읽기 공부를 하는 교실에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이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용히 교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둘러보니 교실 구석 바닥에 두 아이를 양쪽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 특별한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인가 보다.

 

읽기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다른 교실로 들어갔다. 미술실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인데 하양, 검정, 초록. 노랑 네 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게 한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다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데, 한 아이가 종이에 둥실둥실 동그라미를 그리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걸 보고 다른 아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한다. 교실 안은 다른 학년 학생들이 만들었거나 만드는 중인 작품들이 어지러울 만큼 사방에 흩어져 있다. 교실 한구석에는 빈 상자와 아이스크림 통, 폐지 등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3학년이 아닌 학생들도 당장 그림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대로 들락거리면서 자기 할 일을 한다. 주마다 부여된 과제, 즉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까 들어왔던 녀석들 중 두 명이 그 폐지 더미에서 용케 골판지를 찾아내 이리저리 맞추고 이야기도 하면서 뭔가를 만들고 있다. 뭘 만드냐고 물어보니 멋쩍은 표정으로 전기의자!” 하고 말한다. 학생들은 과제를 특정 시간에만 하지 않고 시간이 나는대로 완성할 수 있다. 한 교실을 특정 학년이 폐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수시로 자유롭게 드나들게 함으로써, 효율적인 공간 이용과 함께 자율적인 시간 배분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경직된 수업 분위기도 사라지고, 교실이 놀이터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4) 8학년

 

물리 시간이다. 오늘의 수업 목표는 지구의 공전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설명서와 실험재료(대롱과 실, )를 이용해서 행성 모델을 만들어 손으로 돌려봄으로써 원심력과 행성의 순환, 인력에 대한 느낌을 갖게 된다.

 

오전 10시경에는 휴식시산을 겸한 교사들 모임이 있다. 이날은 병원에서 간호사가 와서 학생들의 위생 및 건강 상황을 상담하고 있었다. 30분간의 휴식시간인데,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는 리더라고 부른다)과 학교 관리인들을 포함한 모든 어른들이 함께 모여서 늦은 아침을 들기도 하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수업준비를 한다.

 

다시 체육관으로 향한다. 다섯 살 이하의 어린이들과 어머니 몇 명이 홀 가운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역기관에서 마련한 어머니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머니들은 주마다 이곳에 모여서 모임을 갖고 아이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한다. 이 다섯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미리 학교 환경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유학교는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생활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며, 그만큼 지역사회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언제 누구라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덴마크의 다른 학교처럼 이 학교도 국가에서 정해준 교과서가 아닌 교과 담당 선생님이 선택한 교재를 가지고 공부한다. 교재와 교과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교와 선생님의 몫이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가르친다. 정부가 제시한 개괄적인 교육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참조할 뿐이라고 한다. 영어와 독일어를 배우는데 영어는 4학년부터, 독일어는 7학년부터 배운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의 경우 보조 도우미 한 명이 생활 전반을 도와주며, 일반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한다. 수업 이해도가 많이 차이 나면 따로 시간을 내서 강의를 보충하기는 하나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가령 읽는 능력이 뒤처져서 읽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 누구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교에 마련된 부엌에서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하며 담당 학생을 정해서 요리에 필요한 재로를 구입하고 돈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생일 파티도 이런 식으로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