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10>
재능은 과대평가되고 있다
뛰어난 성과에 ‘지름길’은 없다
1922년, 영국의 어느 소규모 연구 집단이 훌륭한 인재들의 재능을 확인하고자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 학자들은 음악적 재능을 찾고 있었다. 음악가들이야말로 재능 없이는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재능이 존재한다고 확신했다. 노래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명 신이 내린 듯한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재능이 없다면 모차르트가 어떻게 10대 때 교향곡을 작곡했겠으며, 또래 친구들은 음계 연습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동안 멋진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아이들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런 이들을 보고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말하며, 그 음악적 재능 덕분에 멋진 연주를 하거나 뛰어난 음악을 작곡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 연구에서 학자들은 주로 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래, 작곡, 연주를 잘하려면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나 소질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지를 물었다. 응답자의 75퍼센트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음악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고 믿는 비율보다 높았다.
이 대답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학자들은 음악 지도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 25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학생들은 음악적 수준에 따라, 즉 오디션에 합격해 음악 학교에 입학한 최상위 집단부터 최소 여섯 달 동안 한 가지 악기를 익히다가 중도에 포기한 최하위 집단까지 다섯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그리고 각 등급 구성원들의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계층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학자들은 학생 및 학부모를 인터뷰했다. ‘하루에 연습하는 시간은?’, ‘처음으로 그럴듯하게 곡을 부르거나 연주한 나이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조사에는 다행히 영국의 음악 체계가 도움이 되었다. 영국은 악기 연주자의 실력에 따라 1등급부터 9등급까지 급수를 인정하는 급수 취득 제도를 운영한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정하고,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적용되며, 악기를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학자들은 위의 두 가지 등급 분류를 모두 반영해 257명의 학생을 조사한 결과 음악적 성취도 및 실력의 차이를 설명할 단서를 찾았다.
결과는 분명했다. 최상위 집단에는 음악적 재능을 입증할만한 결정적 단서-우리가 재능의 증거라고 믿을만한 단서-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모든 집단 구성원들의 음악적 재능은 매우 유사했다. 다만 최상위 집단의 경우 어릴 적에 나타나는 능력, 즉 곡조를 반복하는 능력 면에서만 두각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보통 사람들은 생후 24개월이 되어야 같은 곡조를 반복할 수 있는 반면, 이들은 18개월이면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을 특별한 재능의 증거로 보기는 힘들다. 인터뷰 결과 이런 아이들의 부모가 다른 아이들의 부모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예를 들어, 이들은 모두 어덟 살 무렵에 주요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등급 학생들이 도달한 음악적 성취도 수준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탁월한 재능의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성취도 자체가 재능의 증거 아닌가. 그것 말고 더 무엇이 필요한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질문의 답은 위 연구 결과에 있었다. 바로 연습량이었다.
학자들은 특히 급수 취득 시험 결과를 연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음악가가 될 음악 학교 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성취도가 낮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쉽고 빠르게 높은 점수를 취득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곧 음악적 재능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결과는 예상을 뒤엎었다. 연구자들은 각 등급에 이르는 데 필요한 평균 연습 시간을 최상위 학생들과 나머지 학생들로 나누어 측정했다.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예를 들어, 음악 학교 입학이 예정된 학생이나 그저 재미로 연주하는 학생이 5등급에 필요한 평균 연습 시간은 1,200시간으로 동일했다. 음악 학교 학생들이 더 이른 나이에 일정 등급에 도달하는 것은 단순히 다른 학생들에 비해 연습량이 많아서일 뿐이었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세 이하의 경우 최하위 집단 학생들의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은 15분인 반면, 최상위 집단 학생들의 연습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이것은 800퍼센트의 차이다. 다시 말해, 연습에 투자하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많거나 적을 수 있지만,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특정 등급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킬 대학의 존 슬로보다(John A. Sloboda)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들에게 ‘지름길’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 정리해 보자. 위에서 학생들은 다섯 등급으로 나누었듯이, 우리는 누구나 최상위 집단 학생들이 나머지 학생들에 비해 재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단언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재능이 목표를 더 쉽게 달성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면, 최상위 집단 학생들이 나머지 학생들보다 재능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