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16>
모차르트의 재능을 둘러싼 진실<2>
여기 언급한 자품들은 모두 오늘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아주 드물게 연주나 음반 작업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이는 순전히 모차르트의 명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작곡가가 되는 과정에서 모방과 편곡 등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연습의 결과물로 보이며, 아들의 성장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에 의해 그런 습작들(아마도 그가 다듬었을)도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음반의 수가 말해 주듯 오늘날 걸작으로 평가받는 모차르트의 첫 번째 작품은 그가 스물한 살 때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9번이다. 스물한 살이라면 분명 작곡가로서 어린 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시 모차르트가 18년 동안이나 혹독한 전문적 훈련을 받은 뒤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곰곰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모차르트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신성한 영감은 그가 세계적 수준의 작품을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쓰도록 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그런 신성한 영감이 천재들에게 그런 능력을 부여한다고 가정한다.
모차르트의 작곡 방식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어 왔던 그런 경이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거의 200년 동안이나 많은 사람들은 모차르트가 머릿속으로 작품 전체를 다 작곡해 놓고는 이 완성된 작품을 그저 종이에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그가 쓴 유명한 편지에서 비롯되었다. “길기는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곡 전체가 거의 완벽하게 마무리되었어요. ------종이에 옮겨 적은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요. ------상상했던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아요.”
이는 분명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곡가의 능력을 묘사한 것이다. 문제는 이후 많은 학자들이 확인했듯 이 편지가 날조되었다는 사실이다. 모차르트의 머릿속에는 작품 전체가 완벽한 형태로 들어있지 않았다.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온 악보들을 보면 그가 끊임없이 수정하고, 상당 부분을 다시 작곡하고, 급하게 휘갈긴 짧은 악절들을 몇 달 혹은 몇 년씩 묵혀두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모차르트가 아주 훌륭한 곡들을 쓰기도 했지만, 그가 작곡하는 방식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최근의 한 연구는 새로운 관점에서 모차르트의 영재성을 살펴보게 한다. 학자들은 피아노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능력을 측정하는 ‘조숙성 지수(precocity index)’를 고안했다. 이는 현대적인 교습 방식에 따라 연습을 시작한 후 공식 석상에서 초연을 하기까지 걸린 준비기간을 알아보고, 이를 천재로 불리는 역사적 인물들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가령 음악을 전공하는 보통 수준 학생의 준비 기간이 6년이고 천재는 3년이라면, 보통 수준 학생의 지수는 200퍼센트다. 모차르트의 경우 조숙성 지수는 보통 수준 학생보다 약간 나은 130퍼센트였다. 반면 20세기 천재로 불리던 피아노 연주자들은 300퍼센트에서 500퍼센트에 이르렀다. 이는 급격이 높아진 기준의 또 다른 예가 아닐 수 없다. 한층 개선된 훈련 방식이 모차르트가 지닌 천재성을 압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