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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17>

리첫 2021. 11. 24. 22:34

 

모차르트의 재능을 둘러싼 진실<3>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러한 사실로 인해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우리의 경외심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작곡 방식에 관한 수많은 환상과 낭만적 추정을 해소할 뿐이다. 물론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모차르트 학자인 닐 자슬로(Neal Zaslaw)는 논문 <노동자로서의 모차르트(Mozart as a Working Stiff)>를 통해, 자신이 비엔나의 모차르트 학회에서 성인이 된 이후 모차르트는 주로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주장했을 때 참가자들이 보인 반응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내 견해에 대해 그토록 거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학회 사회자까지 나서서 비난에 가세할 정도였다.”그러한 비난은 그들이 모차르트를 그저 인간적 동기를 지닌 작곡가가 아닌 신성한 영감의 불꽃으로 음악을 작곡한 신적인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었다.

 

이 사건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위대함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운동선수나 체스 선수 등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는 분야에서는 사람들의 성과를 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금융업계의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는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따지는 세밀한 기준에 따라 실력을 평가받는다. 심지어 과학자도 정확한 기준은 아니지만 자신의 연구 성과가 수년 동안 미치는 영향력에 따라 비교적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음악이나 그림, 시처럼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창의적인 일의 성과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의적인 예술가들을 평가할 때는 결론을 내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어떤 예술가들은 한평생 칭송받으며 살다가 죽은 뒤에 까맣게 잊혀지고, 어떤 예술가들은 조롱과 무시 속에서 살다가 죽은 뒤에야 그 위대한 예술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오늘날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마태오 수난곡>은 그의 생전에 단 두 번밖에 연주되지 않았다. 지금은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바흐의 음악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이 바흐의 죽음 이후 수십 년 뒤에 그 음악을 칭송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오늘날 많은 인기를 누리는 멘델스존의 음악은 바흐와 반대로 그가 죽은 이후 상당히 괄시를 당했다.) 요컨대 우리가 위대함에 대한 연구를 1810년에 했다면 바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테고, 1910년에 했다면 멘델스존을 관심 밖에 두었을 것이다. 앞서 자슬로의 의견에 격분한 학회 사회자는 동시대의 어떤 음악도 모차르트의 음악에 견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창의성이 가장 높은 경지에 속하기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자슬로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19세기에 와서야 더 높은 차원으로 격상되었을 뿐이다. 그가 살아 있던 당시에는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과 나란히 지상에 머물러 있었다.”고 응수했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New Yorker)>의 음악 평론가 알렉스 로스(Alex Ross)잘츠부르크의 기적’(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자기 아들을 두고 신이 잘츠부르크에서 일으킨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한 데서 나온 말)에 과한 최근의 많은 연구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지금 부푼 기대로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아기 모차르트> 비디오를 보여주는 부모들은 모차르트가 18년 동안의 혹독한 연습을 견뎌 낸 뒤에야 우리가 아는 그 모차르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