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30>--체스 마스터들의 기억력(3)
체스 마스터들의 기억력(3)
이쯤에서 당신은 <a>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특별한 요인이 있는지, 그리고 <b> 당신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한계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아직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 생길지 모르는 선천적,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질병과 장애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는 제쳐두고,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로만 한정해서 생각해 봤을 때 인간이 타고나는 한계란 대개 신체적인 문제다. 성장이 끝난 성인의 키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다 자란 키가 150센티미터라면 NFL(북미 프로 미식축구 리그)에서 육중한 체격이 필요한 라인맨으로 활약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210센티미터라면 올림픽 체조선수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평균 이상의 체격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특성이며, 따라서 일본의 스모 우승자가 뛰어난 마라톤 선수가 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인간의 목소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성대의 크기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테너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바소 프로푼도(basso profundo, 가장 낮은 음역을 노래하는 남성 성악가)가 되기는 힘들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놀라운 점은 건강한 성인이 달성할 수 있는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신체적 한계 이외의 제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비신체적 제약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믿음과 상당히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거나 그렇지 않은 어떤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이 진실인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그 높은 장벽은 대개 상상력의 산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능력을 제한하는 어떤 불변의 요인이 있다고 결론짓고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한계가 아니라 최고의 성과자들을 그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찾아낸 것은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오히려 거기서 제외되는 것들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력은 제외다. 우리 주위에는 경력은 오래 됐지만 위대한 성과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심지어는 오랜 경력을 쌓고도 오히려 실력은 뒷걸음질하는 사례도 있다.
타고난 특별한 능력도 제외다. 앞에서 우리는 그런 능력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다양한 증거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그런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뛰어난 성과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도 확인했다. 그런 재능이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반드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며, 뛰어난 성과를 달성했음에도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
지능이나 기억력 같은 일반 능력도 제외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많은 연구 결과는 지능과 성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미약하거나 아예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IQ가 보통인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가 하면, IQ가 높은 사람이 그저 평범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확실히 기억력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듯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위대한 업적과 무관한 요소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힘이 그런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