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43>--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대한 의문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대한 의문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효과를 입증할 만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리 라이스의 연습은 선택과 집중을 기본으로 하는 계획된 연습 원리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2장에서 살펴본 타이거 우즈 역시 이 연습의 원리를 정확히 따르고 있다. 이 원리들은 최고의 운동선수들뿐 아니라 탁월한 음악가들과 그 밖에 모든 위대한 성과자들의 이야기에 녹아 있다. 특히 해당 분야에 타고난 장점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이 원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우뚝 선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됐지만, 올림픽 육상 경기에서 금메달 3관왕에 오른 윌마 루돌프(Willma Rudolph)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몇 해를 거듭해 수많은 연설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연습함으로써 혀가 짧은 불편함을 극복하고 20세기 가장 위대한 연설가가 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도 마찬가지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틀로 보면 사례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떠오르는 의문들이 있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이것이 정말 전부일까?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만으로 위대한 성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연습을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열심히 하면 성과도 두 배로 좋을까? 답은 분명 ‘아니다’이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기에는 현실의 삶이 너무 복잡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누구나 운의 영향을 받는다. ‘누구에게나 적절한 때와 기회가 있다.’는 성경 구절처럼 말이다.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제일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일 때도 많지만, 멀쩡하던 다리가 마침 그들이 건널 때 무너져 내린다면 그 운도 아무 소용없다. 운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더욱 분명한 것은 개인의 환경, 특히 어린 시절의 환경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가질 기회가 주어지느냐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타이거 우즈는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교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행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즉 ‘당신이 결코 타이거 우즈가 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당신의 아버지가 얼 우즈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이 성립한다. 특히 어린 시절, 연습을 뒷받침하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10장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단순히 운 외에도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불가피하게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10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생각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고 신체적 기능이 약해지며 결국 죽음을 맞는다. 이것은 보기보다 중요한 사실이다. 한 개인이 실제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투자한 시간이 성과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라면 연습을 통해 연마한 실력이 줄어드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결구 누구나 그렇게 되기 때문에 틀림없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뒤에서 더 깊이 다룰 것이다.
더욱이 연습 시간을 늘려서 성과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어느 사례에서든 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하지도 직접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이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즉 내가 하는 연습과 당신이 하는 연습 사이에 틀림없이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대부분 교사, 코치, 멘토의 다양한 특성과 능력으로부터 생겨난다. 연습은 설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설계는 훌륭할 수도 있고 형편없을 수도 있다.
또 얼마나 훌륭하게 설계되었는가의 문제와 별도로 연습에 들인 노력의 양도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누구나 무언가를 목표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레오폴드 아우어가 정신을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에 대해 언급한 말도 이해할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해서 열심히 연습한 날도 있을 것이고 피곤해서 산만하게 건성으로 한 날도 있을 것이다. 연습의 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꽤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노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 성악 레슨을 받을 때 초보자는 레슨을 여유롭고 즐거운 경험으로 생각하지만 숙련자는 격렬하고 힘든 경험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두 집단은 외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연습을 하고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전혀 다른 연습을 한 것이다. 바로 이점이 중요하다.
연습 시간을 비교하면 중요한 경향들을 밝혀낼 수 있지만, 연습의 강도를 모른 채 단순히 시간만 비교해서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없다. 따라서 또 다른 의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