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에게도 성적 욕구가 있을까? 아기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를까? 내가 엄마라는 것을 알긴 알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내 아기의 마음을 꿰뚫어 알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지은이는 학자들의 다양한 심리실험을 소개하면서 자궁 속의 태아와 갓 태어난 아기들의 놀랄만한 능력들을 새롭게 밝힌다. 더불어 검증되지 않은 온갖 속설과 이론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세상의 부모들에게 당부한다. 아기에 대한 사랑은 ‘앎’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은 △부모의 행동 △아기의 오감 △아기의 행동 △아기의 감정 △아기의 생각 △아기의 언어 △태아의 행동 등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뤄지는 실험들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보편타당해 술술 읽힐 듯 하다. 태아에서 아기로 ‘신분’이 바뀌어도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사랑의 탯줄’이 새삼스레 애잔해질 것이다.
아기들은 ‘뉴턴보다 더 위대한 과학자’다. 손에 들고 있는 과자를 놓으면 떨어질 것이라는 ‘중력의 법칙’을 이미 알고 있고, 소리를 지르면 엄마가 달려올 것이라는 ‘인과의 법칙’ 또한 이해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과학원리는 이미 엄마 뱃속에서부터 배웠다.
아가야! 타고 난 ‘초능력’ 어디로 사라졌니?
아기들은 ‘피타고라스보다 더 뛰어난 수학자’다. 생후 5개월된 아기가 3까지 셀 수 있을까?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다”다. 물건 두 개를 손에 쥔 아기는 물건 세 개를 유심히 쳐다보고, 세 개를 쥔 아기는 두 개를 관심있게 바라본다. 아기들이 새로운 것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감안할 때 숫자에 대한 추상적 이해 능력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기들은 ‘촘스키보다 더 훌륭한 언어학자’다. 유럽인들이 구분하지 못한다는 힌디어 ‘Da’와 ‘da’. 영어권에서 태어난 생후 10개월까지의 아기들은 두 음소들을 정확히 구분해낸다. 학창시절 내내 영어를 배우고도 끝내 L과 R을 구분해 내지 못하는 ‘어느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생후 10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이 놀라운 ‘초능력’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지구인’으로 변해버린다는 것. 이러한 청각적 인지 장애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2외국어를 습득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기들은 ‘모짜르트보다 더 천재적인 음악가’다. 자궁 속 태아 시절, 엄마가 밤마다 즐겨보던 연속극 주제가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엄마가 자주 들려주던 자장가의 멜로디를 기억하는 ‘절대음감’을 자랑한다.
신생아의 시력은 성인보다 60배 정도 약하고, 6개월이 지나면 성인보다 5배 정도 약해진다. 아기가 30㎝ 거리에서 사람을 볼 때 보이는 이미지의 선명도. 맨 왼쪽부터 신생아, 1개월, 3개월, 6개월, 성인의 순. 궁리 제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와 아기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진한 연인관계’다.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된 신생아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흥분을 느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 어떤 유명가수의 열창보다 ‘음치박치 고음불가’ 엄마의 ‘곰 세마리’ 노랫소리에 기분좋은 호르몬 ‘코르티솔’이 펑펑 솟는다. 하지만 실험 결과 시각적인 관심은 아빠의 노래에 더 쏠린다고 하니 아빠들이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아빠들도 ‘화끈한 쇼’로 경쟁력을 쌓으면 되지 않을까. 이밖에 지은이는 운전 중에 돌변하는 부모의 거친 언행, 상스러운 소리를 아기들이 다 듣고 배우고 있다며 ‘냉수 마실 때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식에 대한 이해 욕구는 그 자체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소유욕으로 변질된 순간 부모는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에 가슴앓이를 시작할 것이다. “자식은 아기 때 평생할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기의 요구에 맞춰주면서 관심과 배려의 정도를 조절하면 부모로서 할 ‘기초공사’는 다 해 준 것이다.
출처: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