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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없이 저소득층만 입학’ 미국 대안 대학교 주목

리첫 2008. 7. 23. 04:14
‘등록금 없이 저소득층만 입학’ 미국 대안 대학교 주목
베리아대학, 캠퍼스 직장 제공 ‘빚없는 졸업’ 도와
한겨레 권오성 기자
» 베리아 대학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기자, 건축가, 교사 등의 역할을 맡아 공부와 일을 함께 하는 베리아대 학생들. 사진 베리아대 홈페이지
“당신은 말 그대로 있는 것만 가져와서 빚걱정 없이 졸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켄터키주 베리아대학 부입학처장 조지프 바뇰리 주니어의 말이다. 등록금 없이 저소득층 자녀만 받는 한 대학이 미국 대학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1일 전했다.

 

150년 전 해방 노예와 가난한 백인 주민들을 위해 세워진 베리아대학은 지금 ‘빚 없이 졸업’하는 학교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학부생 1500여명 규모의 베리아대에는 럭비팀도, 기숙사도, 근사한 온수욕조도 없다. 그러나 대학 농장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음식과 학생들이 만든 가구, 매주 10시간씩 일할 수 있는 ‘캠퍼스 직장’을 제공한다.

 

명문 앰허스트대의 앤서니 막스 학장은 “우리가 하긴 힘든 정책이지만 정말 존경할 만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앰허스트대는 베리아대에서 채택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부유층 학생 비중이 높아 등록금 면제 정책을 취소했다. 베리아대 입학을 앞둔 캔디스 루츠는 “처음 베리아대 얘기를 들었을 땐 가고 싶다고 생각지 않았지만 와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대학 생활을 위해 들어가는 그 많은 돈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대학이 막대한 기부금에 세금 면제를 받는 만큼 공익을 위해 제 몫을 하고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록적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대학 기부금은 눈에 띄게 늘어 하버드대는 350억달러, 예일대는 230억달러, 스탠퍼드대는 170억달러를 올해 거둬들였다고 한다.

 

이런 기부금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대학들의 등록금은 계속 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최근 5억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받는 미국 내 136개 대학에 사용 내역서를 요구하면서, 매년 자산의 최소 5% 이상씩은 지출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래리 신 베리아대 학장은 “한해 등록금 4만달러를 내야 하는 대학들이 거대한 유리창들로 새 운동 시설을 짓는 것이 공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출처: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