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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학벌통로’ 중학입시 부활 뻔해

리첫 2008. 8. 20. 07:03
명문대 ‘학벌통로’ 중학입시 부활 뻔해
입력: 2008년 08월 19일 18:04:29
 
ㆍ서울교육청 국제중 2곳 지정계획 발표

서울시교육청이 19일 국제중학교 지정계획을 발표했다. 대원·영훈국제중에서 각 160명씩 3단계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영어몰입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청은 “국제·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조기유학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중학교 서열화와 초등 사교육비 폭증의 시작”이라며 반발했다. 강남 지역에서 요구하는 국제중의 등장은 ‘사립초교-국제중-외국어고-명문대’로 이어지는 ‘학벌 통로’가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귀족학교 안된다 전교조 회원들이 1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제중학교 설립 추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재찬기자


◇ 내년 3월 개교=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10월에 발표될 구체적 전형요강에 앞서 이날 초안이 공개됐다. 1단계에서는 학교장 추천과 학교생활기록부, 교과부 주관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을 반영해 모집정원(160명)의 5배수인 800명을 뽑는다. 토익·토플 등 각종 영어 인증시험과 사설 경시대회 수상실적, 필기고사 등은 “사교육 부담 및 과다 입시 경쟁”이라는 지적에 따라 배제됐다. 2단계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을 거쳐 3배수인 480명으로 압축되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가 선발된다. 학생 모집 지역은 서울로 제한된다. 영어·국어를 병용하는 ‘이중언어 수업’을 거쳐(국어·사회 제외) 영어몰입 교육을 목표로 한다.

 

이정곤 중등교육정책과장은 “굳이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일반 전형에서는 영어 능력을 따로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업료는 서울의 외국어고 수준인 학생 1인당 연간 48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종만 교육지원국장은 “지난 14일 사전협의 신청을 교과부에 냈으며 사실상 1년 전부터 협의해 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중 설립권한은 사실상 협의권을 가진 교과부에 있다. 교과부는 공교육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 2년 전에 이를 불허한 바 있다.

◇ 40년 만에 중학교 입시부활 예고=중등교육 평준화는 국제중이 등장하면 해체 수순에 놓인다고 학계는 경고한다. 김재춘 교수(영남대 교육학과)는 “국제중이 의무교육 과정에서 꼭 필요한지 논의하는 과정이 모두 빠졌는데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당선을 서울시민의 국제중 추진 인가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국제중 진학 열병은 필연적으로 국제중 추가설립으로 이어져 학교가 서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중 교수(중앙대 교육학과)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의무교육 단계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같이 어울리며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 공교육 내에서도 해법 모색이 가능한데 굳이 새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제중의 모호한 설립목적은 근본적인 문제다. 사교육업계에 ‘블루오션’을 열어준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학원 입장에서 보면 대입 사교육시장은 포화상태이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초등시장을 뚫어야 하고, 이 시장의 활로는 국제중 입시를 통한 중학교 평준화 해제밖에 없다는 것이 사교육업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라고 전했다. 전형 3단계에서 추첨으로 선발한다지만 이미 1~2단계에서 사교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교육 평준화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것으로 함부로 깨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판가름낸 강남에서 외고 진학을 용이하게 하려는 통로로서 국제중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결국 교육 양극화를 넘어 소득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민영·송윤경·유희진기자>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