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도 만들어진다?…유·초등생 ‘영재 사교육’ 열풍 | |
유선희 기자 |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영재교육 대상을 전체 학생의 1%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영재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영재교육 열풍이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영재도 만들어진다”며 너도나도 영재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임아무개씨는 아이가 7살 때부터 영재교육을 시켰다. 임씨는 “학기 초에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 입학시험에선 떨어졌지만, 사설기관 두 곳에서 받은 영재검사에서 아이가 상위 3%에 들었다”며 “학원에 계속 보내며 다음 시험에 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영재적성검사나 영재교육원 입학시험 역시 사교육으로 대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창의력 개발을 내세운 사설 영재학원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중·고교 수준의 수학·과학 선행학습을 시키며 학부모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ㅇ학원은 최근 초등생 학부모들의 상담이 크게 늘고 등록자 수도 15% 이상 늘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꾸준한 관리와 선행학습을 통해 영재성을 기를 수 있다”며 “진짜 영재아들의 수는 얼마 안 될지도 모르지만, 부모들은 장기적으로 특목고 입시 등을 바라보고 영재교육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분야에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영재가 아닌 선행학습을 통해 길러진 ‘무늬만 영재’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정아무개씨는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 시험장에 가 보면 사설학원들이 지난해 합격자 중 자기 학원 출신 학생이 몇 명이라고 홍보한다”며 “결국 영재교육원 입학에 성공한 아이들 중 대다수가 학원을 통해 만들어진 영재라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영재아를 어떻게 정의할지부터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선행학습으로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영재교육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로 전락한 과학영재교육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영재를 길러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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