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책 한 권을 독파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속독은 독서가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혹시나' 하면서 '역시나'로 끝날 줄 알면서 그냥 무시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번 <최강속독법>을 통해 '속독'과 그 대치점의 '슬로리딩'을 비교해보고 더불어 개인적인 독서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다만, 비교 대상은 최근 발행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리딩 <책을 읽는 방법>이다.
<최강속독법> 책은 기존의 속독법과 다른 면이 있다. 한 주에도 몇 수십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책장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 상황에서 속독의 필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무작정 빨리 읽어야한다는 점에는 반대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읽을 수 없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선별하는 것이 먼저다. 읽어야 할 책과 읽지 말아야 할 책을 구분한 것도 중요하다. 이 책에 선별 요령은 나와 있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 출판사, 책표지, 머리말 등을 참조한다.
특히 책의 윤곽과 핵심을 잡아주는 데는 독서평론가나 기자들의 안목이 돋보이는 각 신문의 북섹션과 인터넷상 리뷰도 필히 참조한다. 물론 전적인 판단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해 책 자체를 한 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내용이면서도 편집이나 책 크기가 별로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속독법
속독의 본질은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속독의 요지는 <스키밍기법>과 <3단계 독서법>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짧은 시간 내에 읽고자 하는 책의 개요를 파악하는 것이 <스키밍기법>이고, 이렇게 파악된 책을 아주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이다.
스키밍을 통한 윤곽이나 핵심을 잡고 아주 빠르게 읽고 두 번째는 이해를 위한 독서를 한다. 속독과 음독을 병행한다. 세 번째는 필요한 부분의 정독과 숙독을 통해 학습 과정이 <3단계독서법>이다.
책에는 속독에 관한 이론 소개가 많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법론이고 설명이 빈약해 대부분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눈여겨 볼 만한 것이라면, <트레이싱>과 <도요타간판방식>이다.
관심이 있는 책을 사고 놓고도 바로 읽지 않으면 책장에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서 일단 구입한 책은 빠르게라도 일독해서 다른 책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만들기가 <트레이싱>인데, 그렇게 해놓야만 다음에 참조할 수 있고,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도요타간판방식>은 목표와 시간을 설정해 놓고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인터넷상 동호회나 리뷰어클럽에 가입해서 정해진 기한 내에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는 것도 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슬로리딩
이러한 속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속독법을 자기계발서로 평가절하한다. 이성을 배제한 감성과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독서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독서의 목적인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속독은 비평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슬로리딩>만이 올바른 독서법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속독이 우뇌의 이미지를 활용한 '시독'을 권한다면, 슬로리딩은 '묵독'을 주장한다. '묵독'보다 더 느린 '음독'은 생각하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 밖에 슬로리딩의 방법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좀 더 살펴보자. 책을 읽을 때 개념파악을 위해 <사전찾아보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왜'라는 의문갖기> 책을 읽으면서 <조동사, 조사, 접속사>를 유의해서 읽기, <밑줄, 표시하기>, <같은 종류의 책을 찾아읽기> 나중에 시간을 내어 <다시 읽기>등이다.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
<속독>과 <슬로리딩>에 관한 책을 보면서, 일장일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만의 독서법을 찾는 방법은 꾸준한 독서를 통해 체득될 수 있다. 때로는 속독을, 때로는 슬로리딩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속독은 너무 늘어지지 않게 읽는 것을 방지해주는 반면, 너무 조급하고 부담을 갖지 않도록 슬로리딩을 병행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다. 목차도 천천히 읽고, 저자의 서문이나 옮긴이의 말도 꼼꼼히 살펴본다. 처음에는 오히려 그 책에 대해 머리속에 어느 정도 숙성이 될 때까지 천천히 읽는다. 그러다가 숙성단계를 지나면 재미와 흥미가 붙어 속독하지 말라고 해도 속독을 하게 된다. 어떤 부분은 내 상상력과 맞아떨어져 건너뛰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다. 읽은 것을 바탕으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본다. 다시 전체적으로 꿰어 맞추어보는 것이다. 그 재미가 솔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한 읽고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범위를 정해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매일 조금씩 읽어나간다. 알 때까지. 덧붙여 메모와 표시도 병행한다. 참조할 책이나 다시 읽을 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적어두는 것이다.
굳이 속독과 슬로리딩을 정해놓고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상황에 맞게 속독과 슬로리딩의 순기능을 적용하면 된다. 다만 이번에는 책을 읽는 것에 한정해 보았지만, 어찌보면 읽은 책을 써보는 것이나 머리속에 오래남을 수 있도록 기억력 증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독서가 읽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생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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