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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턴교수 “한국문학 해외에 알리려면 장편 집중번역을”

리첫 2008. 10. 10. 16:34

풀턴교수 “한국문학 해외에 알리려면 장편 집중번역을”
입력: 2008년 10월 09일 17:43:14
 
“한국 현대문학사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을 더 많이 인정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상업출판사는 장편소설을 선호합니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번역가들이 장편소설을 집중 번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어권을 대표하는 원어민 번역가 중 한 사람인 브루스 풀턴 교수(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사진)가 한국현대문학의 해외 보급을 위해 내놓은 제안이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의 주최로 지난 8~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번역가대회’에 참석한 풀턴 교수는 ‘한국 현대소설의 영어번역: 그 현재와 미래 전망’이라는 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풀턴 교수는 한국문학이 해외에 한정적으로 알려진 이유로 시와 단편소설 위주의 번역, 우수한 영문번역작품의 부족, 영미권에서 한국문학 및 한국학의 미숙 및 입지 부족을 꼽았다. 특히 한국 현대소설의 영어번역 현황에 집중해, “한국문학이 막 해외에 소개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단순히 ‘번역한다’는 사실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며 “조악한 번역은 단순히 번역가뿐 아니라 한국 작가와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풀턴 교수는 수준 높은 번역을 위해서 한 번역가가 여러 해에 걸쳐 두세 명의 작가 작품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짚었다. 그 예로 일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시마 유키오 등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번역한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번역한 존 나탄 등을 들었다.

번역 이외에 책의 외적 부분이라 할 표지 디자인 및 출판 후 홍보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이 노벨 문학상을 위시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여타 언어권의 문학작품과 당당히 겨루기 위해서는 문체와 상상력, 주제의 측면에서 독특한 작품을 양질의 영어번역으로 옮기고, 출판의 질 및 홍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번역가대회에 앞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 문학상에 대한 담론이 너무 많은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무조건 노벨 문학상만 꿈꿀 게 아니라 먼저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속의 한국문학, 그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계번역가대회’에는 영어·중국어·스페인어·베트남어·포르투갈어 등 아시아·환태평양 지역 7개 언어권의 번역가 16명과 토론자 8명이 참석해 한국문학의 수용 현황과 과제, 한국문학 교육의 현황과 과제, 세계속의 한국문학을 주제로 문제를 논의하고 경험과 정보를 교환했다.

<윤민용기자>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