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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영어몰입교육 오히려 역효과”

리첫 2008. 11. 4. 16:30

“준비 안된 영어몰입교육 오히려 역효과”
[포커스신문사 | 류용택기자 2008-11-04 09:54:47]
 

■ 英 응용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 ‘한국 영어교육 조언’

 

 

지난 10월29, 30일 양일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1세기 영어교육 정책 국제 심포지엄(Future Perfect Symposium)’(교육과학기술부, 주한영국문화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동 주최)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는 영국의 응용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David Graddolㆍ53ㆍ사진)씨가 주요 발표자로 참가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보고서 ‘The Future of English?(1997)’와 ‘English Next(2006)’를 통해 미래의 영어 동향과 영어의 세계화에 영향을 준 인구학적ㆍ사회적 변화 속도를 고찰한 바 있다. 1990년대부터 중국, 인도, 중ㆍ남미 등의 영어교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영어정책 수립에 많은 영향을 미친 그에게 한국영어교육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교육의 일관성 유지하고 수준 올리려면
원어민 채용보단 기존교사 훈련이 우선
초교때부터 수업 늘려 영어노출 높여야

 

그래돌씨는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교사의 훈련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원어민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여 영어교육에 성공한 국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원어민 교사는 단기간 지도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물론 원어민 교사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교육 모델을 생각할 때 이중 언어가 가능한 교포 강사를 두는 것도 좋다. 아울러 교육의 품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는 교사의 실력은 물론 좋은 자질들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일선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교사는 평균 1명 내외다. 그래돌씨는 “원어민이 1명밖에 없다면 혼자서 직접 학생을 가르치기보다는 동료 교사를 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원어민 교사 1∼2명이 학교 전체의 영어교육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 기존의 교사들을 훈련시켜 교사 전체가 힘을 합쳐 영어교육에 변화를 주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한다.

 

또, “교사가 외부기관에서 따로 훈련을 받는 것보다 학교 내에서 훈련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외부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실제 학교에서 적용할 때 환경적 제약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국가나 상급 교육기관 차원에서 교사들을 교육시키는 것보다는 교수들이나 영어교육전문가들이 일선 학교로 나가 교육 현장을 보면서 교육할 때 오히려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몰입교육에 대해서 그는 “관리가 잘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사전 연구가 있어야 하고 한국의 교육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여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 적용할 경우 성공한 사례가 많았고, 모든 학교가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할 경우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영어노출 환경에 대해서는 “중국의 성공 사례에 따르면 초등 1학년 때부터 매일 한시간씩 영어수업을 한 학생이 6년이 지나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했다. 한국도 어릴 때부터 수업 시수를 늘려 영어노출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많은 국가는 교과과정을 변화시킨 후 단기간 내에 성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과과정 변화의 효과는 20∼30년 후에 나타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이 기간에 정치적인 의지를 계속 유지하고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지속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초등학교부터 상급학교까지 프로그램의 일관성과 연계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류용택기자
ry2000@fn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