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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 표현 통째로 외우고 메모”

리첫 2008. 11. 7. 13:27

“관용 표현 통째로 외우고 메모”
[포커스신문사 | 류용택기자 2008-11-06 21:54:30]
 

■ 교재 저술가ㆍ칼럼니스트  우보현 씨

 

배달 일 하며 영자신문 구독해 화제도
공고 졸업 후 외국인 찾아다니며 대화
토플 고득점 맞고 국비유학 후 강단 서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 생초면 출신의 우보현(45ㆍ영어 저술가 겸 칼럼니스트ㆍ사진)씨. 중학교 졸업 뒤 상경하여 구두닦이, 합판가게 배달기사 등을 하면서도 꾸준히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한 결과 현재 영어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다.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연세대, 경희대, 울산대 등에서 강의도 했다. 영어 교재 저술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파란만장한 영어 정복기와 학습법에 대해 알아봤다.

 

중학교 때 그의 학교 성적은 꼴찌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가 영어를 잘하게 된 건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다. “간경화로 투병하시다 42세로 임종 직전 자식들에게 남긴 말씀이 ‘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평생 설움을 받았다. 너희들은 어떻게 하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사람 대접을 받도록 하라’고 당부하셨다”고 한다.

 

서울로 상경한 우씨는 구두닦이를 하다, 야간 공고에 진학했고 낮에는 공장에 다니면서 학교를 마쳤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방위 근무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 1년 단어장부터 외우기 시작하여 14개월간 방위 근무하는 동안 영어를 강도 높게 공부했다. 방위 복무를 끝내고 합판가게 배달기사 생활을 하면서 영자신문을 구독했다. 고졸 출신의 합판가게 배달기사가 영자신문을 구독한다는 자체가 뉴스거리였고 주위의 핀잔도 많았지만 그는 꿋꿋이 공부를 계속했다.

 

배달기사 시절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공사장에 합판 배달을 갔다가 미국인 현장 소장과 나눈 한 두마디 영어 대화에서 의사소통이 되는 것을 체험하고는 영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집안 곳곳에 영어 표현들을 적어 놓고 외웠다. 또 틈만 나면 이태원, 파고다 공원 등 외국인들이 갈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영어를 시험했다. 대화 중 잘 안 들리는 표현이나 단어는 적어 달라고 하여 집에 와서 사전을 뒤져가며 공부했다. 이렇게 영어를 계속 공부하던 그에게 큰 전환점이 찾아 왔다. 그가 구독하던 영자신문에 난 TOEFL 시험공고를 보고 응시한 결과 엄청난 고득점을 받아 1986년 미국으로 국비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우씨는 미국에서 워싱턴대학 경영학 학사와 언어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영어는 외국에 오래 거주한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다. 미국 유학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미국 CM 방송국 DJ를 하면서 한인들에게 미국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한인 2세대의 95%가 ‘영어는 징그러운 징글리시’라고 말할 정도로 정복할 수 없는 언어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에게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 단어는 많이 알고 있는데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관용 표현을 많이 알고 이를 통째로 외워야 한다”고 한다. 또 그는 처음부터 원어민만 선호하는 영어 학습을 경계한다.

 

그는 “영어의 무지 상태에서는 학습자는 자신이 아는 수준까지만 배울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지식 수준을 넘는 것은 물어보지 못하니까 알 수도 없다”고 한다. 또 “영어를 공부할 때 묻는 말만 배우고 자신이 직접 답까지 해보지 않으면 반쪽 영어밖에 못한다”고 한다. 끝으로 우씨는 “영어를 즐기면 잘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자신도 “영어를 즐긴다”고 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생각나는 영어 표현을 이렇게 종이쪽지에 적어 둔다”고 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영어표현들이 빼곡히 적힌 종이쪽지를 한 웅큼 꺼내 보인다. 어떤 여건에 놓여 있더라도 꾸준한 공부만이 영어 정복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류용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