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과 다모가미 | |
한승동 기자 | |
“우리나라가 왜 일본보다 훨씬 뒤떨어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한국 이론물리학계 최정상급 학자요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교수)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강의식 대화체 저서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책갈피 펴냄)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컨대 물리학은 일본은 군국(일제)시대 이미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수백, 수천명 보유했지만 조선 물리학자는 광복 때까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렇게 된 건 일제가 조선인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애초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성제국대학 하나 있었는데, 조선 사람만 다닌 것도 아니었고, 그 소임도 식민지 하급관료 양성이었다.
광복 직후 국립서울대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 책임자(초대 총장)는 미국 해군 대위였다. 일개 외국군 대위가 한국 고등교육 틀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국대안 반대투쟁 등을 거치면서 서울대엔 그나마 친미로 옷을 갈아입은 친일세력이 주로 남았다. 철학의 빈곤 속에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마구 모아 급조한 백화점식 연립대학을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 한국 교육 파행의 출발점이다.
같은 사실도 처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얼마 전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가 아시아 민족에겐 해방과 발전의 축복이었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가 경질당한 다모가미 도시오 일본 항공막료장은 이런 후안무치한 소리를 지껄였다.
일본은 식민지 교육에 힘을 쏟았다. 1924년 조선에 경성제국대학, 1928년에는 대만에 타이베이 제국대학을 설립했다. 일제는 모두 아홉 개의 제국대학을 설립했는데, 경성제대는 여섯번째, 타이베이제대는 일곱번째였다. 이는 오사카제대, 나고야제대보다 먼저 지은 것이다. 본국 주요도시들보다 먼저 식민지에 제국(국립)대학을 설립해서 현지인들을 배려한 종주국이 일본 말고 어디 있나? 또 홍사익 육군 중장, 김석원 대령, 왕족 이은 등이 다 일본 육사 출신 아니냐? 식민지 백성을 종주국 육사에 넣어준 데도 일본 말고 어디 있나?
다모가미의 비뚤어진 눈에는 일본이 ‘내지’에 제국대학을 일곱 개나 세우면서도, 식민지에 생색내듯 하나씩 세운 제국대학(전통교육기관은 해체했고 민립대학 설립은 원천봉쇄했다), 그것도 성분 좋은 극소수 친일분자들에게만 입학이 허용된 식민지 경영 하급관리 양성 기관마저 식민지엔 과분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 제국대학, 육사 출신 조선인들은 결국 누구의 개가 됐나? 일제라는 강자·승자에 빌붙어 영달한 자들은 광복 뒤 차를 미국으로 갈아탔다. 이 강자 숭배 사대주의 패악의 내적 논리를 포괄적으로 해부한 것이 김기협의 <뉴라이트 비판>(돌베개 펴냄)이다. 일제 식민지배는 한반도 근대화의 은인이 아니라 그것을 망쳐놓은 원흉이었다. 정한론자들인 일본 우익의 충직한 사도 뉴라이트는 탈민족을 외치며 사실을 거꾸로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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