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멤버가 왜 13명이며 소녀시대는 왜 9명이고 ‘노바디’의 원더걸스는 왜 5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그런 독자들을 위한 신간이 나왔다. 경제학자 조준현씨가 쓴 ‘19금 경제학’(인물과사상사)이다.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일반인의 궁금증을 역시 경제학으로 푼다. 그런데 전혀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인 비틀즈가 왜 해체됐는지도 추적한다. 한마디로 예리하다(207∼212쪽).
비틀즈 멤버는 4명이었다. 존 레논은 ‘오빠’, 매카트니는 ‘섹시 가이’,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친구’와 같은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빠진 한 사람은 누구?
링고 스타가 빠졌다. 그가 멤버로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에는 경제학의 논리가 숨어 있다.
‘위험분산 효과’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수많은 팬들의 다양해지는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멤버가 5명, 9명, 13명 하는 식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루두루 인기도 얻고 위험분산 효과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따로 못 박는다.
경제학에 단골로 등장하는 ‘탄력성(Elasticity)’도 언급한다. 그런데 깔깔 웃게 만든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그랬던 적 있다. 탄력성이란 말을 처음 접하고는 여인의 스타킹 얘기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가격의 변화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정도를 경제학에서는 탄력성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유쾌하게 풀어 쓴 책 속 경제의 단면은 ‘벼락부자가 되는 법’에서는 해악인양, 또는 ‘포르노의 유혹’처럼 섹시하고 말랑말랑한, 그러면서도 ‘경제학자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과 같이 아주 논리적으로, 또 ‘대학은 왜 가는가’처럼 현실적인 비판의 잣대로 세상을 바로 보는 지혜로 초대한다.
그중 가장 통쾌하고도 까칠한 경제학 이야기의 대목을 꼽자면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좋아?’(50쪽)라는 질문일 것이다. 답은 이렇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편익 분석’이 그것이다. 마치 성장이 우선인가 아니면 복지가 우선인가라는 질문처럼 당연히 편익과 비용이 같아질 때까지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비용이 더 크면 선택을 포기한다. 대신 편익이 크면 그것을 선택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영원히 아빠가 좋거나, 영원히 엄마가 자식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때 그때마다 편익을 더 주는 쪽으로 선택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저 위대한 ‘18세기의 제비’ 카사노바(1725∼1798)가 끊임없이 새로운 연인을 찾아다닌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경제학이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예뻐도 애인이 아내가 되면 더 이상 예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경제를 잘 알고 싶다면 어려운 경제이론 따위를 배우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키우라고 말이다. 말하자면 경제와 경제학을 제발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건강에 관심이 있으면 운동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체육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책은 비록 ‘경제학’을 제목으로 달았지만 19세 이하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장점이다. 다만 몸이 아니라 마음이 19세 이하라면 절대 입장불가다. 다만 저자처럼 일상에서 신문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시장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세상을 보는 시장경제에 밝을 수 있을 것이다. 왜? 경제는 일상이니까.
/심상훈(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출처: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