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계엔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한다. 세계엔 컨텐츠들이 지나치게 미국에 대한 환상을 없애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미국을 쓰레기국가로 묘사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세계엔은 그나마 다음에서 알찬 정보들이 결집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세계엔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본 분야는 유학방이었다. 유학방은 상당히 많은 주제들이 논점이 되곤 하는데 그 중 어학연수가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어학연수를 하는 대신 한국에서 열심히 하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이 다수의 위치를 점하곤 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라도 미국문화를 약간이나마 느끼려고 하는 어학연수가 아닌, 유학이나 취업에 대비한 실력향상용 어학연수는 대부분 불필요하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과 시간낭비일 뿐이다. 나 역시, 2개월여건 미국 UNIV. MISSOURI-COLUMBIA의 부설 어학기관에서 잠시나마 수업을 들었는데, 가능했다면 그 시간에 4학점 정도 들었다면 정말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는 회한만 남았다. 물론 내 목적은 미국문화탐색과 그 이후 한 달여간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목적은 달성했다.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어학연수 프로그램 자체에서는 얻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도착한지 1주일여만에 배치고사를 봤다. 미주리대학 부설 IEP(Intensive English Program)에는 총 여섯개의 반이 있다. 그 중 최고반은 여름학기에만 개설되고 대학원생만을 대상으로 한다. 테스트 성적결과 충분히 대학원생반을 들어갈 수 있었지만, 대학원생이 아니였기 때문에 두번째 반에 배치됐다. 다음날. 첫 수업은 그래머였다. 그런데 무슨 be being pp따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두 번째 writing수업. 도대체 무슨 한심한 수업을 했는지도 기억할 수 없다. 세 번째 Listening수업. 그나마 발음을 정확하게 가르쳐줘서 조금 도움이 됐다. 네 번째 reading. 이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존경한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그나마 배운 것을 얼마 없지만 괜찮았다. 다섯 번째 LAB시간. 발음교정시간이라고는 하는데 그냥 따라 읽는 수업. 첫 날 수업이 너무 어이없길래, 수업끝나고 점수는 대학원생반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니, 차라리 대학원생반으로 넣어주랬다.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지금 첫 날 수업듣고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 그러면 다른 학교를 알아봐주겠다"였다. 이들에게 퇴학은 굉장한 무기다. 미국에서 유학비자만 있으면 단순히 입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전혀 아니다. 학교나 이 같은 기관에 소속이 되어있어야먄 미국에 머무를 수 있다. 아니면? 추방이다. 그의 말은 곧, "네가 배정받은 반에서 공부하기 싫다면 미국을 떠나라"였던 것이다. 그 이후 6주간 그 같은 한심한 수업을 들었다. 성과는 다음과 같다.
GRAMMER 첫 날 수업이 가장 고난이도였다(be being pp). 수동태배우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다.
WRITING 선생이 인종차별주의자여서 몇 번 싸우기도 했다. 마지막 시험이 한 분야를 세 개로 나누어서 설명하기 였다. 그리고 도표 설명하기. 토플점수가 없지만 그 학교 입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무기인 성적가지고 협박하길래, "전혀 이 학교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 들어와도 토플점수 제출하고 들어온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부모님이 점수가 잘나오면 좋아하지 않겠냐"고 하길래, "우리 부모님은 이성적이라서 이 따위 성적에는 전혀 의미를 두지 않으신다"고 쏘아붙였다. 돌아온 답이 "모든 부모는 자식이 좋은 점수를 받길 원한다"래던가? 말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인내심을 배웠다.
LISTENING 솔직히 그렇다. 이거 여기서 수업듣는다고 LISTENING 실력 늘고, 발음 교정되는 거 아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토플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듣기 실력향상면에서는 더욱 효과적이다. 발음 교정은 글쎄, 어린이 아니라면 그 짧은 기간동안 교정 거의 불가능하다. 대충 성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은 도움이 되었다.
READING 토플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낫다. 이 과목 선생님은 고등학교 교사에 풋볼 코치였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그 중에서 내가 좀 잘한다고 많은 격려를 해주었고, 나중에 유학올 생각이라고 하니 영어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차례 조언을 줬다.
LAB 중학교 테이프 열심히 따라 읽는 것이 낫다. 하나 선생이 교정해주려 정말 노력하던 발음이 won't 였는데 안되더라. 글쎄 한 3년 어린쥐를 연습하면 가능할지도.
물론 다른 학교나 기관의 프로그램에 따라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어느 정도 영어실력을 갖춘 사람이 어학연수를 통해 실력향상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고, 극초보들이 가서 영어는 늘었으나 그 정도 실력향상은 한국에서 1/3만의 시간을 투자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 이었다.
그럼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라는 거냐고? 한국에서 열심히 해라. 글쎄, 유학생용 영어는 그렇다. 보통 한국 학생들 토플하면 죽어라 다니면서 단어외우고 어느 정도 듣고 해석할 능력만 되면 영어권국가가서 처음 몇 년간은 고생하겠지만, 다들 할 수 있다. 발음은 어떻게 하냐구? 이것은 애매한 문제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닌다든지 하면 이것은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학생때 영어 발음좋게한다고 어학연수간다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나를 처음보는 미국인들은 처음 내 발음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하루만 지나면 상당부분 알아듣고, 1주일 정도되면 거의 문제없다. 내가 1주일만에 엄청난 향상을 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익숙해지는 것이다. 물론 내 발음이 그렇게 옛날 선생님들 발음수준은 아니다(어륀지라고는 못하고 어린지라고는 한다). 그리고 이 정도는 늦게 유학가도 충분히 현지에서 깨우친다. 오히려 어학연수와서 이상한 문법따위나 배우면서 허송세월하는 동안 원서 한 장 더 읽고 토플점수 몇 점 올리는 것이 낫다. 취업용 영어는? 요구하는 시험 열심히 점수 올리고, 한국에서 열심히 해서 어륀지 발음 만들어라. 어학연수가 스펙의 하나라고는 한다만, 그게 영어점수가 높은데도, 스피킹이 어느정도 되는데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자(나도 반성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