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는 무엇일까? 참 궁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을 즈음 전후하여 너무 많이 들어 이젠 식상할 정도로 질린 단어가 바로 ‘뉴라이트’라는 단어다. 원래 ‘뉴라이트’란 “20세기 중·후반 이후 몇몇 국가에서 일어난 다양한 형태의 보수․우익 성향 또는 반체제적 저항운동 단체나 운동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라고 <두산백과사전>은 정의한다.
새로운 우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신자유주의(new freedom)’나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 등도 같은 의미다. 원래 이 사상은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등장하여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룬 사상”(앞의 사전)이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사상이 바로 이 뉴라이트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잘 사용하던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즈음 김진홍 목사를 주축으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태동하면서 급속도로 퍼진 단어다. ‘뉴라이트’는 10년 동안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진보 세력에 반동하는 정치적 집단이 사용하는 단어다.
뉴라이트는 보수주의인가?
김기협은 <뉴라이트 비판>에서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김기협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보수’와 ‘수구’는 다르다. 진보는 물론이고 건강한 보수주의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군사독재 시대에는 당연히 수구가 진리였다. 그에 반하는 사상이나 사람, 단체는 반공의 기치아래 빨간색을 덧칠하기 일쑤였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진정한 보수주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금 이명박 정부는 뉴라이트를 들고 나오며 자신들이 진정한 보수, 아니 ‘합리적 보수’라고 말한다. “뉴라이트에 ‘뉴’자를 붙인 까닭 역시 그냥 보수 아닌 합리적 보수로 봐달라는 뜻”(205쪽)이지만, 그 정책들을 보면 개선된 보수주의가 아니고 반진보주의거나 극우 수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다시 군사정권 독재시대로 회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우리나라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던 반공독재시대를 대표하는 수구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들이 말하듯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급조한 사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뉴라이트는 원래 학술 운동이 아니라 정치 운동이다. 한국 정치계에서는 반공독재시대에 뿌리를 둔 수구파가 큰 힘을 지키고 있다. (중략) 뉴라이트 역사관은 학문적으로 매우 부실한 것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중략) 뉴라이트 역사관의 부실은 뉴라이트 정책노선과 맞물린 것이다. 뒷받침하는 정책노선이 건실한 것이었다면 이처럼 부실한 결과를 얻지는 않을 것이다.” (7-9쪽)
한마디로 뉴라이트는 신보수주의 합리적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정치노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진 자의, 가진 자에 의한, 가진 자를 위한 정부라고 말하기는 부담스러우니까 내세운, 세계적 조류와도 맞지 않고 ‘인류가 처해 있는 상황에도 맞지 않는 반동적 노선’(9쪽)일 뿐이다.
가진 자는 승리, 못 가진 자는 실패?
역사는 가진 자의 기록이다. 기득권자의 기록이다. 승리한 자의 기록이다. 그렇다고 가진 자는 승리한 것이고, 못 가진 자는 실패자라고 말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뉴라이트 비판>은 뉴라이트가 너무 극명하게 칼로 무를 자르듯 성공자와 실패자를 ‘가진 것’을 가지고 나눈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 사상을 극명하게 말해 준다.
“뉴라이트의 모든 가치는 재물에 걸려있다. 자본주의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한 관점이다. 뉴라이트는 강한 자유의지를 외치며 그 단결을 부르짖는다. ‘강한 자들이여, 어째서 약하고 못난 자들에게 민족이란 이름으로, 윤리란 이름으로 발목을 붙잡히는가! 우리가 힘들여 번 돈을 왜 그들에게 세금이란 이름으로 빼앗겨야 하는가! 우리의 권리, 우리의 재산,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하자!’”(207-208쪽)
책은 뉴라이트의 브레인을 자처하는 서울대 이영훈·안병직 교수의 ‘시대정신’에 대한 비판을 주로 다룬다. 이들의 사상 중에 주된 것이 사람을 ‘이기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가진 자의 자유를 주창한다. 그러기에 한국사를 문명화의 역사로 본다. 김기협이 지적한 대로 ‘대한민국을 가진 자의 낙원으로 만들려는 꿈’(56쪽)을 포기하지 않는다.
죽지도 않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7․4․7공약을 들고 나온다. 실은 더욱 늪으로 끌고 가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한다.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이라며 바꾸려고 한다. 민족을 부정하고 못 가진 실패자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쓴다. 못 가진 자가 혜택을 입는 국가 복지지출을 줄인다. …… 일련의 이명박 정부의 중요 정책을 보면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확연해진다.
뉴라이트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 가진 자를 인정해 줌으로, 다시 말해 이기적인 특성을 잘 발휘하는 인간을 격려해 줌으로 국가의 가치를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가진 자는 성공한 자이고, 못 가진 자는 실패한 자라는 이기적 인간론이 그 기저에 있기에 이런 정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강부자’도 좋고, 친일파도 좋다?
뉴라이트의 모든 가치가 자본 물질에 있다 보니, 누가 가진 자든 그는 성공한 사람이기에 본받아야 한다. 소위 ‘강부자’ 정권이란 말을 듣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고, 박정희를 인권말살과 독재정치는 쏙 빼놓은 채 경제발전의 기수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는 친일파도 그리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당시 기득권자들이었으니까.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도, 지금 ‘강부자’도 뉴라이트의 눈에는 승리자들이며, 따라서 성공한 자들이다. 성공했다는 것은 목표가 올바르고 노력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친일파 비판은 실패한 자들의 시기심일 뿐이며,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려는 종합부동산세는 잘못된 세금체계인 것이다.”(187쪽)
성공과 실패라는 결론을 돈에 의해 결정하는 뉴라이트는 친미반북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맹점을 가졌다. 아무리 봐도 북한의 공산주의는 가진 자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분명히 가진 자이다. 이미 체결한 남북 간의 합의들은 뉴라이트로서는 그리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이 이룬 북한과의 밀애는 뉴라이트 정부를 자처하는 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뉴라이트는 남북관계 긴장상태 유지 내지 격화를 바라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펴는 미국이 세계적 긴장을 키우는 군사정책을 취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164쪽)이기 때문이다.
작금 벌어지고 있는 신문과 방송을 겸하게 하겠다는 언론정책, 종합부동산세를 없애는 세금정책, 좌편향되었다며 굳이 바꾸겠다는 교과서 문제, 남북문제와 미국 일본과의 관계, 녹색뉴딜을 표방하는 경제살리기 운동, 양극화 심화정책 등등은 모두 뉴라이트의 부산물들이다. 그간 말로만 듣던 뉴라이트, 김기협의 <뉴라이트 비판>이 산뜻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뉴라이트 비판> 김기협 지음/ 돌베개 간/ 2008년 12월 15일 초판발행/ 값 10000원
*이기사는 갓피플, 뉴스앤조이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