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베껴쓰면 영어정복 빨라” |
[포커스신문사 | 류용택기자 2009-02-10 09:35:24] |
■ 번역가 이미도 씨가 말하는 영어학습법 일반적으로 영화는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훌륭한 학습 자료라고 한다. 그러나 수준에 맞지 않는 영화에 성급하게 도전하면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외화번역가이며 작가인 이미도(49ㆍ사진)씨를 통해 영화를 이용한 영어 학습법을 들었다.
쉬운 영영사전부터…기초 튼튼히 다져
이씨는 영어 학습자의 자세부터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단기간에 정복하겠다는 꿈을 꾸는데 이는 좌절이나 중도포기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이 조급증(hurry sickness)을 버리는 것을 전제로 그가 제시하는 학습법은 ‘필사(筆寫)’다. 다시 말해 ‘필사즉생(筆寫則生)’이다. 이 ‘필사’는 독학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스터하고 미군부대에서 통역병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그의 부친이 이씨가 어릴 때부터 강조한 학습법이었다.
영화를 이용한 영어 학습은 고급자 수준의 단계이다. 보통의 경우 이씨는 영화 이전 단계부터 학습하기를 권한다. 첫 단계는 바로 영영사전필사(英英辭典筆寫)다. 즉, 영영사전의 설명과 예문을 베끼는 것이다. 여기서 사전은 단어의 발음을 들을 수 있는 CD가 딸린 영영사전이다. 적당한 수준의 사전은 미국의 어린이용 영영사전이다. “어린이용 영영사전에 나온 쉬운 단어 설명과 예문의 필사를 끝내면 아마 스스로 놀라서 비명을 지를 것”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다만 이 사전도 어렵다면 이보다 더 쉬운 유치원용 영영사전부터 필사하라고 조언한다.
두번째 단계는 책필사(冊筆寫)다. 동화, 스토리북, 산문집 등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필사한다. 이렇게 하면 영어 단어의 정확한 사용과 어법을 자동적으로 익히게 된다. 가령, ‘무덤’은 영어로 grave 또는 tomb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무덤을 팠다’를 영어로 옮길 때 He dug his own grave라고 하지 He dug his own tomb라고 하지 않게 된다. grave를 ‘a hole dug in the ground where a dead body is to be buried’(시체를 묻기 위해 땅에 판 구멍)라고 필사한 학습자라면 당연히 grave를 선택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 비로소 영화를 이용한다. 이씨는 “영영사전 필사나 책필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발전은 있으나 더디고 힘들다”고 한다. 우선 이미 본 영화나 책을 통해 내용을 어느 정도 아는 영화의 DVD를 준비한다. 이씨는 자막없이 보기→국문 자막 보면서 내용 이해→영어 자막으로 보기→무자막 보기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영어 자막을 확인할 때는 한 문장씩 ‘필사’할 것을 권한다. 나중에 무자막 필사가 가능한 단계가 된다. 이런 식으로 몇 편만 하면 처음 보는 영화도 굳이 필사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영화는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1986년에 ‘Stand By Me’를 무자막으로 본 후에 영화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그 후 1993년 한국에서 외화 소개 자료를 만들던 이씨는 영화 ‘Blue’에 ‘번역 이미도’라는 이름을 밝힌 후부터 여러 곳에서 영화 번역 요청을 받게 되었다.
그는 번역가 지망생에게도 한 마디 조언을 했다. “2차 언어 실력이 최소한 1차 언어 실력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식이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낯선 표현을 발견하면 원어민에게 확인하는 열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용택기자 ry2000@fn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