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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중등영어교사 연수기

리첫 2009. 2. 19. 11:50

JLP중등영어교사 연수기
  오문수 (oms114kr)
  
교사들이 영어로 수업할 내용을 원어민과 교사들 앞에서 시범수업을 하고 있다.
ⓒ 오문수
영어연수

 

전라남도교육연수원에서는 JLP중등교사 연수 26기생 130여명의 교사들이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땀 흘리며 공부하고 있다. JLP(전남 외국어교육 프로그램)란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교사의 영어능력향상을 위한 집중강화 교육이다.

 

전남지역의 초․중․고교에서는 2012년부터 영어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에서는 도내의 모든 영어교사를 교육원에 입소케 하여 한달간의  합숙연수를 통해 영어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을 마련했다. 한달간의 연수는 26기가 마지막이다.

 

JLP프로그램은 3단계로 게획됐다. 1단계는 원어민을 활용한 지역별 영어 워크숍 운영, 2단계는 영어교사와 원어민의 합숙 몰입연수, 마지막 3단계는 국외연수를 활용한 영어교육 집중프로그램이다.

 

26기로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늦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끗희끗한 머리로 환갑에 가까운 58세의 교사들도 연수에 열심히 참여 중이다. 심지어 목발을 짚고 다니며 연수를 받는 교사도 있다.

 

강사는 도내에서 선발된 원어민들로 구성됐고, 강의실이 아닌 숙소에서도 계속 텝스(TEPS)나 토트(THOT)공부를 해야 한다. 여러 번에 걸친 영어 에세이 쓰기와 개인별 발표는 마치 군대와 같이 쉴 틈이 없다. 숙제라도 있는 날이면 밤 12시까지 해야 한다.

 

강의내용은 수업의 실제, 취미와 선호, 서구문화에 대한 이해와 한국문화를 영어로 표현하기, 스토리텔링, 드라마를 수업시간에 활용하기, 사회이슈에 관해 토론하기 등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이뤄졌다.

 

수업은 교사들로 하여금 그룹별로 토론과 논의를 거쳐 발표케 해 잠을 잘 수 없게 한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교육학을 전공하고 뉴질랜드방송국 모닝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도나(Donna)는 한국에서 6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아래 주어진 추상화를 영어로 설명해 놓은 내용을 짝꿍이 설명문만 보고 그린 내용이다. 그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모습인가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오문수
영어연수

추상화를 한 장씩 나눠주고 영어로 자세히 설명하게 하여 짝꿍에게 설명문대로 그림을 그리게 하여 그리기가 끝나면 서로 바꿔서 대조케 한다. 도나는 정답만 찾는 한국식의 수업이 아닌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수업 방법을 제시하며 수업방법의 개선을 요구했다.

 

등 뒤에다 Yes/No만으로만 대답할 수 없도록 Wh…를 이용한 5가지의 질문을 서로 돌아가며 쓰게 한 후 짝을 지어 대답할 때도 10가지 이상의 질문을 하도록 모범을 보인다.

 

  
Wh-- 의문문을 이용하여 5개의 질문을 한 다음 짝꿍과 역할을 바꿔서 질의 응답하는 수업으로 창의적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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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캘거리에서 드라마와 심리학을 전공한 앤드류(Andrew)는 그림과 영화에 흥미가 많다. 수업시간이면 항상 몸짓를 이용하여 수업을 한다. 학생들이 졸리는 5교시에는 유익할 거라며 앞 사람이 한 몸짓를 차례로 따라하며 몸을 풀게 한다.

 

한국 교사들이 “만약 한국 교실에서 그런 짓을 하면 교장이 문제교사로 지목할 것”이라고 말하자 자신이 교장을 만나서 설득하겠단다. 이야기인 즉슨 “학생들은 몸으로 배울 때 훨씬 더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몸을 움직이며 공부를 하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캐나다 출신의 원어민 강사인 앤드류가 드라마를 이용한 수업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수업은 뇌에서 도파민이 나와 훨씬 효율이 높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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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Mollie)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술사와 응용언어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대학 다닐 때 한국 친구가 있었고 집에 초대하기도 해 한국문화에 익숙해 이번 한국근무가 두 번째이다.

 

그녀가 담당하는 수업은 한국인들이 쓰는 콩글리쉬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쿨피스’라는 청량음료수가 외국인들에게는 cool(차가운) + piss(오줌)으로 들려 어색하단다. 표지에 한글과 영어로 ‘쿨피스(Coolpis)'로 써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맥주집 이름 중에 호바( HO bar)라는 상표가 있다. 미국에서 호(HO)는 접대부의 또 다른 의미이다. 그래서 그런 맥주집에 누가 선뜻 들어가겠느냐며 외국어 간판을 사용할 땐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업이 끝난 시간에 틈틈이 연습한 불쇼를 보여주는 앤드류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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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지식 기반의 사회, 정보화, 세계화 시대다. 이 시대에는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고, 새로운 시대를 창조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바람직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인류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의 두 개의 축은 창의성 교육과 남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인성 교육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어진 문제를 이용하여 상상의 날개를 펴고 여러 문제를 연역 추리해낼 수 있는 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거의 모든 수업이 그룹을 이뤄 타인과의 협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협동학습은 경쟁과 수월성 위주의 한국 교육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동료교사는 어느날 밤 영어로 꿈을 꿨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할머니 발밑으로 여우 발을 봤다. 아마 ‘전설의 고향’ 꿈을 꿨는지도 모른다. 놀란 그는 ‘여우’라는 말 대신 ‘울프’하며 큰 소리로 외쳐 함께 잠자던 동료교사들이 잠에서 깼다. 잠잘 때를 제외하곤 영어로만 생활하니 당연한 변화다.

 

전남 교사들의 교수 능력 향상을 위해 애쓰는 전라남도교육원장은 윤기선 원장이다. 그 분이 교장 시절 같이 근무했다는 한 교사는 그 당시 교장 선생님 별명이 24시간 교내를 순찰한다고 해서 ‘이사도라’였다고 한다. 수업에 들어가라고 말씀하지 않으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니 교사들이 미안해서도 정시에 수업에 들어가 열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이 같이 근무하기를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교사는 몸이 늙어도 젊어야 한다”는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을 전하며 한 윤 원장의 강의 내용이다.

 

  
전남 교사들의 교수 능력 향상을 위해 애쓰는 윤기선 전라남도교육연수원장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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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변화와 혁신이 화두입니다. 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지 아세요? 고객이 왕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교장에게는 교사가 소비자고 교사에게는 학생이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가 화두입니다.

 

교실의 변화는 학생의 학습 만족도를 극대화해야 하고 교실 활동은 교사의 교수활동과 학생의 학습활동이 플러스돼야 합니다. 핀란드는 주당 수업시간이 세계 최소이고 학교밖 학습활동도 세계 최소이지만 교육경쟁력이 세계최고입니다. 우리나라는 밤 12시까지 공부하여 진을 빼고 대학에 보내니 정작 공부해야할 시기에 놀기에 바빠 교육 경쟁력이 뒤떨어집니다.” 

 

활용할 교실 진단기법 페이퍼를 수업 전에 학생들에게 미리 나눠주고 수업 종료 후 걷어가 피드백 자료로 활용하면 머릿속에 명확하게 기억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윤 원장이 나눠 준 교실진단기법이다

 

1. 오늘 공부한 학습 주제와 학습내용 중 학습주제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용어를 4개 쓰시오.

2. 위의 중요한 용어를 활용하여 학습주제를 1개의 문장으로 요약설명하시오.

3. 오늘의 학습 내용 중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질문 형식으로 쓰시오.

4. 오늘의 수업활동에서 재미있었거나 인상적인 것 또는 수업 방법 중 개선을 바라는 의견이 있으면 쓰시오.

 

특히 3번과 4번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이 확실한 교실 수업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동료 중에는 독일어 교사를 하다가 영어로 전과를 한 분이 있다. 선발돼 독일 정부 초청으로 두달간이나  공부를 했지만 독일어가 폐지돼 영어로 전과했다. 또 다른 불어교사도 프랑스에 초대돼 2년이나 공부를 하고 돌아왔지만 불어가 폐지돼 영어로 전과해 초대한 정부와 교육부 간에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화가 미국화인가? 세계에는 불어권 독어권 스페인어권 등 여러 언어권이 존재한다. 영어도 미국 영어, 영국 영어, 호주 영어, 인도 영어 등 여러 개가 있다. 세상을 한 나라에 국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들다”는 교사들의 노력도 현장에 돌아가면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국어도 제대로 못 읽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토론수업이라니 너무하지 않는가”하는 푸념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영어 교사들은 오늘도 열심히 공부한다. 보다 나은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출처 : 대한민국의 영어교사는 힘들다. 그러나…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