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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추천한다” 대학문을 연 당당함

리첫 2009. 2. 19. 22:29

“나를 추천한다” 대학문을 연 당당함

 이용균·구교형·이청솔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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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공부 대신 장점 앞세운 ‘자기추천 전형’ 합격생들

3개월 동안 시나리오에 몰입해 영화를 만들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뒤 밤새 소설을 쓴 수험생, 부모님의 수박농사를 도우면서 분자생명공학도의 꿈을 키운 여학생. 이들은 공부 대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했고, 씩씩하게 자신의 장점을 대학에 알렸다. ‘자기추천 전형’을 통해 대학에 합격한 당당한 새내기들이다.

건국대 이의정양

_수박農에 관심 생명공학 진로

 

충남 논산여고를 졸업한 이의정양(19)은 3월이면 건국대 응용생명과학부 새내기가 된다. 지난 수시 1학기 전형에서 자기추천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논산시 월성리에서 수박과 벼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우며 전공분야를 정했다. 이양은 “씨없는 수박, 노란 수박 등을 보면서 수박을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이 났다”면서 “수박과 박을 직접 접목하면서 어떻게 하면 수박이 더 맛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연구는 비닐 대신 친환경 종이로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양은 고 2때 한양대 주최 ‘과학기술마니아 경진대회’에서 ‘로렌츠 힘으로 가는 배’로 동상과 창의상을 받았다.

공부는 쉽지 않았다. 시골 집에서 시내 학교로 나가려면 40분 간격인 버스를 제때 놓치지 않고 타야 했다. 주위에 마땅한 학원도 없었다. 대신 틈틈이 과학잡지를 읽었고 관심있는 과학분야 기사를 스크랩했다. 이양은 자기추천 전형용 자기소개서에 “내가 꾸는 꿈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썼다.

동국대 권석현군_ 고2때 영화제작 영상학과 뚫어

 

동국대 영화영상학과에 입학하는 권석현군(19·구리 인창고 졸)도 공부보다 자신의 꿈인 영화에 집중했다. 그는 “중2 때 극장에 몰래 들어가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인 <올드보이>를 봤는데 울림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이후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고 고2 때 영화동아리 ‘아그로’ 동료들과 함께 영화 <사진 찍어드립니다>를 완성했다. 시나리오 작업 3개월과 촬영, 편집, 프리 프로덕션 기간까지 합쳐 1년이 걸렸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청소년 미디어 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권군은 “솔직히 내신은 반에서 중간 정도 간다”면서 “나는 영화에 몰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천민제군_ 밤새 소설쓰다 국문과 ‘물 만나’

 

건국대·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신입생인 천민제군(19·대구 영남고 졸)과 전민철군(18·부산 동성고 졸)은 판타지 소설가다.

천군은 “매일 밤 11시30분까지 자율학습 시간이었는데, 선생님들은 그 시간에 소설 쓰는 걸 안 좋아하셨다”면서 “그래서 자정부터 새벽 3~4시까지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렇게 5권짜리 <리메이킹 라이프>를 완성했다.

전군도 중2 때부터 판타지 소설을 썼다. 중3 때 <13써클> 6권을 완결했고, 고교 때 <시간을 찢는 검> 4권, <전장영혼> 5권을 완성해 총 15권을 냈다.

동국대 전민철군_ 판타지 작가서 이젠 국문학도

 

당당한 새내기 4명은 모두 “현실적 조건을 핑계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양은 “학원이 없는 시골에 산다고 공부를 못 한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천군은 “새벽까지 소설 쓰기가 힘들었지만, 자율학습 시간 때문에 많은 책을 못 읽은 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권군과 전군은 “나홀로 꿈을 키운다고 해도 친구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며 “내 작품을 평가해 준 친구들이 제일 고마웠다”고 했다.

<이용균·구교형·이청솔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