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습득’은 듣고 말하기부터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좌 4 옆집 엄마 한마디에 무너지지 마세요-이남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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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열풍에서 중심잡기 내가 영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나는 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육 정책이 그렇게 정해지고,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어떻게 영어 교육을 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아졌다. 부모가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주관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면 만족할까? 영어 교육의 목표와 목적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학부모가 처음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정도라고 대답했다가 계속 기대 수준이 높아진다. 100점도 받아야 하고, 영어로 1등도 해야 하고. 그런데 여러분은 한국말을 얼마나 잘하나? 한국말을 동네에서 1등 하나?(웃음)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잖나. 그런데 영어는 동네에서 1등 하고 싶고, 옆집 아이보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나는 영어 교육의 목표를 모국어에 최대한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삼았다. 10년 동안 많은 아이를 지켜보면서 모국어 실력이 영어 실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어떤 아이가 한글 일기를 두 줄로 쓴다면, 그 아이는 영어 일기도 딱 두 줄로 쓴다. 모국어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게 좋다. 두 번째로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과 가장 비슷한 방법으로 영어를 익히는 것이 좋다. 우리가 어린 시절 한국어를 배울 때 사전을 외우고, 문장을 외우고, 학원을 다녔나? 세 번째로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방법이 좋다. 영어 단어를 매일 50개씩 외우는 방법에 잘 적응하는 아이는 신기한 아이이다. 우리말 단어를 50개씩 외우라고 하면 여러분도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다. 네 번째, 영어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일곱 살짜리 미국 아이가 일곱 살 영어를 하는 데는 7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1년 안에 영문법을 뗀다고 한다. 나는 ‘습득’을 강조한다. 학습과 습득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솔잎이는 일곱 살에 한글을 읽고 썼다. 그 아이가 여섯 살까지는 우리말 듣고 말하기를 한 것이다. 미국 아이도 마찬가지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가자는 것이다. 영어 교육법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어 비디오나 오디오북을 꾸준히 보고 듣도록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부터 시작했다. 어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런데 그 어른들이 자신이 했을 때 잘 안 된 방법을 아이들에게 계속 답습하게 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맡겨두면 아이들이 영어를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아이가 홀로 해외 연수를 간다고 상상하자. 해외에서 혼자서 생활할 만한 주도성이 있으려면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내 경험과 주변을 보면 4학년 이상 된 아이들의 성과가 더 컸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비디오를 안 봐요,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그냥 틀어놓으면 된다. 집중하려 하지 말고, 편안하게 들으면 된다. 그냥 켜놓으면 아이들은 익숙해진다. 아이들의 잠재능력은 대단하다. 외우게 하자, 이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엄마표’ 영어가 범람한다. 내가 보기에 엄마가 ‘입주 과외 영어교사’가 되는 형국이다. 내가 한 일은 비디오를 사주고, 프로그램이 아이의 정서에 맞을까 하는 것을 고
민한 것이었다. 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했다. 그런데 부모가 너무 간섭하고 개입하려 한다. 비디오를 틀어주면서 “너 제대로 봤는지 꼭 물어볼 거야. 몇 퍼센트는 이해해야 해” 하면서.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기다리고, 스스로 배울 기회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믿고 기다리고, 필요할 때 격려하자.
출처:시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