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사립고등학교 가운데 34개 학교가 서울시교육청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전환하겠다고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학교 중에서 상당수는 ‘법정전입금 5% 이상’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일부는 사학비리나 학내 분규 등으로 문제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 자사고 신청 현황 시교육청은 지난 29일까지 서울지역 142개 사립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33개 학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표 참조)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0개구에서 1곳 이상의 학교가 전환을 신청했다. 강남구가 4개(은광여·중동·휘문·현대고)로 가장 많았으며, 동대문구(경희·경희여·대광고)와 종로구(덕성여고·동성고·중앙고) 등이 3곳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는 모두 8개 학교가 신청서를 내, 애초 예상됐던 강남지역의 무더기 자사고 전환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적 편중은 여전해, 교육 여건이 열악한 금천·성북·중랑을 비롯해 도봉·용산구 등 5개구에서는 단 한 곳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 신청 학교들을 살펴보니 신청 학교들 가운데는 2007년 말을 기준으로 교육청이 제시한 자사고 전환 조건인 ‘법정 전입금 5%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가 13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곳 가운데 영일·대성·충암고 등은 전입금이 1%도 되지 않았다.
자사고로 전환되면 등록금을 올리는 대신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법정전입금 충족 비율은 크게 낮아진다. 자사고가 특목고처럼 일반계고 등록금의 3배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이들 학교 가운데 법정전입금이 등록금의 5%를 밑도는 학교는 20개교로 늘어난다.
김행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도 전입금을 내지 못하는 부실 학교들이 자사고로 전환되면 법정전입금 기준을 더더욱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시교육청이 등록금 상한선을 없애 부족한 재원이 학부모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자사고 전환 신청 학교 명단에는 이사장의 비리로 법적 처벌까지 받았던 충암고와 학내 분규를 겪었던 대성고는 물론 2000년대 중반 성적조작으로 비난을 받았던 경문고와 배제고도 포함됐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자사고는 특목고에 이어 또다른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고교평준화를 의미 없게 만들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자치구별 신청현황
강남: 은광여, 중동, 현대, 휘문
강동: 배재
강북: 신일
강서: 영일
관악: 미림여
동대문: 경희, 경희여, 대광
서초: 서문여, 세화
송파: 보인, 정신여
영등포: 장훈
종로: 덕성여, 중앙, 동성
광진: 대원여
구로: 우신
노원: 대진, 대진여
동작: 경문
마포: 숭문
서대문: 이화여대부속, 인창
성동: 한양대부속
양천: 한가람
은평: 대성, 충암
중구: 계성여, 이화여
(이상 34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