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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리첫 2009. 7. 9. 12:34

사교육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 권승호
한겨레
가난때문에 공부 못하는것은
가정해체 따른 정신적 충격 때문이고
대치동 아이들이 공부잘하는 것은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모였기 때문
스스로 공부할 시간 줘야 공부 잘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에 감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학부모들 그 누구도 이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 역시 내 자녀와 제자들이 공부 잘해주기를 누구 못지않게 소망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욕심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렇지만 온몸이 터질 때까지 자신 있게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말이 있으니 그것은 사교육은 절대로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사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학력 신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 자기주도적 학습만이 학력 신장에 덧셈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부모의 학력과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실력과 성적을 좌우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잘못된 생각이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는 명문대 진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에 비하여 공부를 못할 수 있다는 말에는 긍정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이 사교육에 있다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명문대에 당당히 합격한 아이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고 엄청난 돈을 들여 과외를 받았으면서도 형편없는 성적으로 원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간 부잣집 아이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가 담임을 맡은 학생이 서울대 사범대학에 합격하였는데 그해(2004학년도)만도 서너 명의 소년소녀가장 학생이 함께 합격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회균형선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 학생과의 당당한 경쟁에서 합격한 것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고 2004학년도만의 결과도 아니며 서울대 입학에서만 볼 수 있는 사례도 결코 아니다. 가난 때문에 공부 못하는 이유는 사교육을 받지 못하여서가 아니라 가난으로 인한 가정 해체에 따른 정서적 충격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사교육을 이야기할 때에 유감스럽고 안타깝게도 사교육이 학력 신장에 절대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제로 이야기한다. 왜 깊이 고민해 보지도 않고, 또 정확한 근거도 없이 사교육의 긍정적 효과를 외치는 것인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물론 사교육으로 효과를 본 학생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효과를 보지 못한 아이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니 사교육을 받지 아니하였더라면 성공하였을 아이가 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학원 선생님들이 강의를 잘하고 열의가 넘쳐난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사교육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치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고, 강남 사람들의 경제력과 아이들의 실력을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번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수능성적 자료를 보고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울 학생들의 성적이 지방 아이들의 성적과 비슷하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왜 지금도 서울을 이야기하고 대치동을 노래하며 사교육을 올려다보는가? 서울대 논술고사 성적 발표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 지방 아이들의 성적이 서울 아이들 성적보다 높다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지금도 사교육을 받지 못하여 안달인가? 서울 아이들이 서울대에 많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것은 서울 인구가 많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뿐이지 서울 아이들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강남 성적이 조금이나마 좋은 것도 강남의 사교육 덕분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강남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일 뿐이다. 원인 분석이 정확하여야 올바른 처방이 나와 발전이 가능한 것인데 왜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사교육을 신봉하는가?

 

가르치기는 하되 적당한 선에서 가르침을 멈추고 혼자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불로초가 없는 것처럼 학문에도 지름길이 없음을 알고 바보스럽게 공부해야 한다. 책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공부하였을 때에만 좋은 결과가 찾아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