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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학교 개교

리첫 2009. 7. 16. 12:05

‘생각의 감옥’ 탈출하면 미래가 보인다
‘창조학교’ 명예교장 맡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한겨레 한승동 기자 이정아 기자
» 15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열린 창조학교 개교식에서 김문수(왼쪽 넷째부터) 경기도지사,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이어령 교장, 김남조 시인 등이 창조학교의 인터넷 도메인 주소가 적힌 펼침막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우리를 가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옥을 깨야 한다. 리처드 플로리다라는 사람이 조사한 나라별 창조지수를 보면 한국은 전체지수가 조사 대상 40개 나라 가운데 18위로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있으나 국민 일인당 비율로 환산한 순위는 38위로 끝에서 둘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멘토 50여명, 멘티와 6개월간 지식 교환
멘티가 멘토로…‘창조적 개인’ 급속 증식

 

이어령(75·사진) 전 문화부 장관은 15일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기 디지로그 창조학교’(온라인 캠퍼스 www.k-changeo.org) 개교 행사에서, 이 학교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기획한 총괄 멘토이자 명예교장 자격으로 행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렇게 창조학교 개설 이유를 설명하면서 고정관념부터 깨자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온·오프를 통합한 세계 첫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학교를 표방한 창조학교 학습방법의 특징을 스토리텔링 방식, 디지로그 방식, 멘토링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특히 스토리텔링 방식의 예로, 천장에 줄로 매단 바나나를 따 먹으려다 실험 진행자가 설치해 놓은 장치 때문에 한두 번 고통을 당한 원숭이들이 결국 맛있는 바나나를 먹으려는 시도 자체를 스스로 폭력적으로 막으면서 신통찮은 먹이에 만족하는 하향 평준화에 길들여진다는 ‘8마리 원숭이 생각’을 들었다. “창조학교는 바로 그런 감옥을 깨버리는 것”이라고 이 전 장관은 말했다.

 

디지로그 방식의 예로는 몸을 실제 플레이하듯 움직이며 즐기는 닌텐도의 게임기 ‘위’를 꼽았다. “창조학교 멘토 중에는 닌텐도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종기 없이 몸짓, 손짓으로만 작동하는 게임 소프트 기술을 개발한 사람도 있다”고 그는 자랑했다.

 

멘토링 시스템은 ‘이론과 교육’ ‘언어와 인문학’ ‘예술과 오락문화’ ‘과학기술’ ‘경영-기업과 가정’ 등 5개 분야에 멘토(보호자·교육자·보듬이)를 50여명 세우고 이들이 각자 운영하는 교실(멘토방)에 50~150명의 멘티(피보호자·피교육자·따름이 또는 그림이)를 두는 체제다. 6개월간 멘토와, 멘토를 선택한 멘티들이 온·오프로 만나 지식과 경험, 생각을 1 대 1로 주고 받는 게 1세대다. “한 세대 교육과정을 마친 멘티는 인증을 받고 자발적인 멘토로 참여할 수 있다. 인증은 어떤 법적 효력도 없으나 멘토 개인의 추천서 구실을 한다. 그런 교육과정을 3세대만 거치면 150만명의 창조적 개인들이 생겨난다.” 그는 이런 ‘다단계식’ 지식·아이디어의 폭발적 증식이 한국의 미래를 열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날 개교한 창조학교는 앞으로 한 달간 온·오프로 멘토와 멘터를 모집한 뒤 8월1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6개월간 한 세대 실험기를 거친 다음 내년 3월1일부터 제1기 학교를 정식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있는 경기도립직업학교를 오프라인 캠퍼스로 리모델링해 오는 10월 문을 열 예정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